[횡설수설]교육감 선출의 투명성

  • 입력 1997년 11월 5일 20시 14분


▼영어로 콘클레이브라고 불리는 교황선거회는 새로운 교황선출을 위한 추기경 회의를 뜻한다. 선거절차는 알려진대로 매우 엄격하다. 투표에 참가하는 추기경들은 바티칸궁의 문을 걸어잠근 채 각자 방을 하나씩 배정받아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하루 두번씩 비밀투표를 한다. 후보자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해 투표를 거듭하면서 최종 인물로 압축해 나가는 방식이다 ▼교황선출이 이처럼 복잡하고 까다롭게 이뤄지는 것은 선거와 관련된 가톨릭 내부의 분쟁과 분열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교황선출과 똑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는 국내 교육감 선거가 부정과 비리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92년 교육자치제가 부활된 이후 교육감 자리를 돈으로 사려는 발상에서 생겨난 비리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성공 여부는 결국 사람 손에 달려 있음을 일깨워준다 ▼교육자치의 핵심인 교육감 선거가 드디어 수술대에 올랐다.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교육계 전반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은 각 학교내에 설치된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원단체 대표들이 교육감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위원끼리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으로 해온 밀실선거가 사라지고 학부모나 교사들이 주체가 되는 일종의 간접선거방식이 채택된 것이다 ▼새 제도는 선출과정이 전보다 투명해지고 교육수요자들이 자기 손으로 지역교육의 책임자를 뽑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칫 선거 과열양상을 빚음으로써 또다른 부작용을 낳지 않을지 걱정이다. 교육부는 선거공영제를 도입, 과열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보다 구체적인 보완책 제시가 필요하다. 과열과 비리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자치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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