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신당은 과연 「新黨」인가?

  • 입력 1997년 11월 4일 20시 15분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결과에 불복해 탈당했던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의 국민신당이 출범, 이씨를 대선후보로 무투표 추대했다. 이로써 대선판세는 3각구도로 자리잡혔다. 이씨는 젊음과 세대교체를 내세워 정치권에 대한 국민 일각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와 국민신당은 표방과 실제 사이에 많은 괴리가 있다. 국민신당은 과연 「신당(新黨)」이냐고 묻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씨는 「세대교체를 통한 3김청산」을 표방했으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지원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신당은 부인하지만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김대통령은 한보사건이 원만히 수습되면 자신의 직계세력 등으로 「헤쳐모여 YS당」을 창당하려 했다는 징후들이 포착돼 왔다. 한보사건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이회창(李會昌)씨의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피선(被選)을 마지못해 용인했으나 김대통령의 당초 구상은 지금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온존한다. 이인제씨는 김대통령을 「정치적 아버지」라고 공언했다. 김대통령이 진심으로 만류했다면 이씨가 탈당했을 것이냐는 의문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 지원설이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이씨의 표방은 공허해진다. 특히 여권의 혼란이 김대통령의 그런 이중플레이에서 연유했다면 김대통령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대통령은 신한국당 경선을 「마지막 개혁」이라고 자부했고 지금도 엄연한 신한국당 명예총재다. 김대통령 지원의혹은 그 진위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국민신당은 민주계를 포함한 신한국당 이탈자 중심으로 구성됐다. 우연인지 몰라도 국민신당의 상징마크는 신한국당의 그것과 너무 닮았고 당사도 신한국당이 쓰던 곳이다. 국민신당은 진정으로 「세대교체를 통한 3김청산」을 지향하는지, 아니면 특정 세력의 정권연장을 추구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이씨는 「정치 명예혁명」을 외치며 당직 경선제를 공약했으나아직어느당직도 경선하지 않았다. 그는 대선후보중 유일한 40대지만 유력 3후보중 유일하게 당내경선을 거치지 않은 후보다. 이씨와 국민신당은 무엇을 새롭게 하겠다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씨는 경선불복의 원죄(原罪)가 있다. 그는 신한국당 경선과정에서 16번이나 승복을 서약했으나 경선당선자의 지지도 하락을 기화로 이를 뒤집고 탈당했다. 민주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처사다. 정당정치의 부정이며 민주주의의 파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는 서약번복의 이유로 『국민의 열렬한 염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국민의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들먹여서는 안된다. 설령 그가 대통령에 당선한다 해도 이 원죄는 끝까지 부담으로 따라다닐 것이다. 이씨와 국민신당이 이 나라 정치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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