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길이 물려줄 박물관으로 가꾸자

  • 입력 1997년 10월 31일 20시 14분


서울 용산에 세워지는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어제 기공식을 갖고 2003년 완공을 목표로 6년간의 대역사(大役事)에 들어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임에도 해방 이후 다섯 차례나 이사를 다니는 등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새 박물관은 9만평의 넓은 부지에 4천2백억원의 막대한 공사비가 투입되는 등 규모면에서 세계 어느 박물관 못지 않다. 늦게나마 우리도 제대로 된 박물관을 세우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 나라를 알고 싶으면 먼저 그 나라의 박물관에 가보라는 얘기가 있다. 우리 민족이 걸어온 발자취와 문화를 보여주는 박물관은 우리 자신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이 점에서 새 박물관이 후대에 길이 물려줄 최고 수준의 문화공간이 되도록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새 박물관의 입지조건은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서울 한복판인 남산 기슭 한강을 바라보는 곳에 위치,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뛰어나며 주변에 많은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외형 못지않게 박물관의 내부 기능을 중시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박물관에 가보면 같은 유물이라도 조명이나 전시기법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새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벗어나 입장객 누구나 역사의 숨결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첨단장치와 입체적 전시기법 도입에 눈을 돌려야 한다. 또 12만여점의 소장유물이 장기간 보관에도 손상을 입지 않도록 수장고의 안전성 확보에 신경써야 한다. 새 박물관은 앞으로 통일이 되면 민족문화 중흥의 구심점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국립박물관은 남한 유물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 박물관은 내부 공간배치나 연구기능면에서 통일 이후까지를 배려해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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