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손의영/경부고속철 타당성을 따진다

  • 입력 1997년 10월 23일 20시 05분


경부고속철도사업을 착공한지도 이미 5년이 경과하였다. 그런데도 부실시공 투자비증가 공사기간지연 경제적 타당성 수익성 등 그동안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됨으로써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사업이 사전에 충분한 검토없이 너무 짧은 기간에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문제점이 발생하면 정부는 처음에는 될 수 있는 한 이를 덮으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이게 제대로 되지 않아 언론이나 일부 전문가를 통하여 일반 국민에게 알려지면 그 후에는 마치 모든 면에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 경부고속철도사업은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정부투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추진방식은 종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일부 문제점이 제기돼 현재는 사업의 모든 면에 있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 편익-비용의 비교분석 ▼ 그러나 끊임없는 의혹제기에 따른 사업의 지연은 결국 국가 전체에 커다란 손실만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더이상 의혹을 제기하기보다는 사업추진의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를 한 후 타당성이 있다면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은 추진과정에서 보완하면서 사업을 계획기간 내에 완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는 일반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경제성 평가는 편익과 비용을 비교하여 편익이 비용을 초과하면 사업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방법이다. 비용으로는 초기단계에서 발생하는 투자비와 매년 발생하는 운영비가 있다. 현재 투자비는 97년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17조7천억원으로 89년 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5조8천억원의 3배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언뜻 갖게 되는 의문은 비용이 크게 증가하였는데 경제성이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용의 증가에 못지 않게 편익 또한 이미 크게 증가하였다. 편익의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차량운행비용의 절감과 승객통행시간의 절감이 있다. 고속여객철도의 건설은 고속도로를 비롯한 도로의 혼잡을 크게 개선하고 화물철도의 용량을 증가시켜 승용차는 물론 화물차와 버스의 운행비용을 감소시킨다. 아울러 승용차나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의 통행시간을 감소시켜 그만큼 생산활동이 더 이루어지거나 여가활동을 더 갖게 해준다. ▼ 사업추진 경제성 충분 ▼ 이러한 통행시간 감소는 임금수준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데 89년과 비교할 때 97년의 임금수준은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즉 통행시간의 감소가 동일하더라도 89년과 비교할 때 97년에 발생하는 편익은 3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비용이 3배 증가한 것 못지 않게 편익도 거의 3배 증가하였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제성 분석결과는 편익비용 비율이 1.2%, 물가인상률을 제외한 실질내부수익률이 13%로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정부투자사업의 평가에서는 외국과는 달리 교통사고비용이나 환경피해비용의 감소효과는 편익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교통사고나 환경피해, 특히 공해 감소효과가 큰 철도보다는 도로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평가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에도 교통사고나 공해 감소효과는 매우 클 것이나 이것은 지금까지의 관행에 따라 편익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따라서 만일 이들이 편익으로 간주된다면 경제성은 지금보다도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고속철도사업은 투자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높아 사업이 추진되어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손의영<서울시립대교수·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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