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이태원빌라,낙엽지는 마당 집안엔 작은 정원

  • 입력 1997년 10월 6일 08시 11분


황혼의 들녘을 바라보며 낙엽 태우는 냄새와 함께 자연속에서 살고 싶다. 도시인인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지막한 담사이로 빨갛게 여무는 고추들을 보며 살아가던 생활은 이제 이야기속으로 묻혀가고 있다. 생활과 정신을 담을 수 있는 집들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초고가의 토지비용과 고밀도의 주거환경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다세대 다가구 연립주택 등은 우리를 오래 살고 싶은 주택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도시속에서 공동주거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서울 이태원 자락 경사지에 삶의 여백을 담을 수 있는 빌라를 계획했다. 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주택은 매우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공용시설의 공동설치, 공동관리의 경제성, 공동개념, 대지가격의 부담을 줄이는 이점이 있지만 개별적인 가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인접한 대지의 건물들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공동주택의 과제다. 타인과 삶을 공유한다는 지역공동체적인 생각보다는 주거문화적 공감대를 공용시설(체력단련실 공용홀 실내연습장 등)을 통해 이룰 수 있도록 했다. 전면도로와 후면도로간 5m가량의 지형적 높이 차를 이용, 후면 빈 대지에 키가 큰 나무들로 조경을 하고 키작은 의자로 공간 느낌을 살려주었다. 이곳에서 가을엔 낙엽을 태울 수 있다. 로비에서 각가구로의 연결을 수직적으로 분리, 가구간 독립성을 유지하고 입주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평면 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다. 또 내부 각실간 관계에 있어서는 계층적 위계공간의 역할을 고려했다. 따라서 주인침실과 안방 욕실 드레스실 등을 하나로 연결하고 거실 식당 부엌 다용도실 등은 분리 배치됐다. 나머지 침실들은 독립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가족 구성원들간의 사생활을 지켜주고자 했다. 이와 함께 연속된 창들은 「살아가는 풍경」을 담아 외부전망을 보여주고 있으며 안방과 주인침실사이에 실내정원을 배치, 시각적인 개방감과 사용상의 다양성을 유도했다. 도시 공동주택에서 부족한 외부마당을 확장하기 위해 도입된 실내정원은 삶의 여백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갈엽(에이마 유로 대표) ▼약력 △성균관대 건축과 졸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건축석사 △미국 유럽 일본 건축사무소 실무 △수서 일영연수원 강화교회 등 설계 02―515―643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