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 현장/평등교육]학부모 체험기

  • 입력 1997년 10월 6일 07시 49분


지난 85년 내 생일에 브라질 이민을 결심한 남편이 먼저 자리를 잡아놓겠다고 떠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다섯살이던 큰딸 미숙이가 벌써 17세가 됐으니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민생활이란 것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어서 우리도 처음에는 많은 고생을 했다. 이제는 자리도 잡히고 아이들도 잘 자라 별 걱정이 없다. 브라질 교민들은 의류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의류업을 하는 남편의 일손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 같이 일을 하지않으면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데다 주인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부부가 함께 일한다. 다행히 시어머님이 계셔서 집안살림이나 아이들 문제는 안심할 수 있었다. 경제적 이유때문에 함께 일을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직장일과 집안살림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 여자들로선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이때문에 갈등을 겪는 교민을 가끔 본다. 한국 남자들은 가사일에 무심한 편이지만 브라질 남자들은 남녀가 할일을 구분하거나 여자쪽에 많은 부담을 주지 않는다. 높은 물가 때문에 대부분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 맞벌이를 하면 모두 바쁘기 때문에 가사일은 나눠서 할 수밖에 없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남녀가 평등하게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브라질은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여서인지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도 높은 편이다. 남녀차별이 한국만큼 심각하지 않다. 또 브라질 사람들은 매우 낙천적인데다 피부색이나 얼굴모습이 다른 외국인이라고 인종차별을 하는 것도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아주 무관심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영순 (브라질 12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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