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統獨7년 빛과 그림자]아직도 깊은 분단 이질감

입력 1997-10-01 19:55수정 2009-09-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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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학생들은 2천여개의 서독식 단어를 따로 배워야했다. 어휘와 사용되는 의미가 달랐기 때문이다. 또 역사 영어 철학 종교 등을 새로 익히느라 매우 힘들었다』는 것이 드레스덴 김나지움 학생인 볼프강 미겔의 불만이다. 곱씹어 보면 분단으로 인한 언어와 사고(思考)의 이질감이 대단히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김나지움 교사인 우테 펠트만은 『동독시절 마르크스레닌주의 기본학습과 러시아어 스포츠 등이 교사의 필수과목이었다. 통일후 생소한 자유민주정치 법률 시장경제 등에 대한 재교육과정을 이수했다』고 말했다. 교육현장에서 들은 교사와 학생이 느끼는 현주소다. 동독주민들이 경제적 불만은 있지만 내적 통합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머지 교사들은 재교육을 받고 강단에서 서독이 만든 독일어 역사 정치경제 영어 직업교육 등에 대한 교재로 강의하고 있다. 한스 마틴 슈바이처 칼스루에대 교수는 『획일주의에 익숙했던 동독교사들이 자율적 교육을 추진하고 있고 정신적으로 해방감을 맛보고 있는 학생들은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혼란기를 거치고 있는게 교육현장』이라고 진단했다. 3월 드메지에르 전 동독총리는 『6세된 손녀가 TV에 나온 DDR(동독)가 뭐냐고 물었을때 내가 해체한 나라인데 커서 역사책을 보면 알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다. 동독인은 통일로 얻은 자유 기회 윤택한 삶의 반대급부로 자신의 과거를 강제로 부정당하고 새로운 가치체계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는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속도는 대단히 빠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서독의 풍요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은 것을 동독인들이 이해하고 동독인이 서독 수준에 이를때까지 수십년을 기다릴 수 없는 것을 서독인이 이해할때 비로소 심리적 통합은 달성될 것이다』 헬무트 콜 총리가 94년 통독 기념일을 맞이해 한 말이다. 독일의 언론들도 이 점을 대단히 강조하고 있다.교육이나 문화 제도 등 구체제의 외형적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민주주의와 인본주의적 토양의 모습으로 대체됐다.그러나 심리적 상실감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각종 통계지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동독인은 지금 독일국민(37%)이라기보다 동독국민(42%)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아직 더 많다. 이같은 동독에 대한 향수는 공산당의 후신 민사당의 약진에서도 나타난다. 민사당은 전국 지지율이 5%에 불과하나 동독지역에선 22%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물론 당원의 70%가 60세이상 노인이다. 청년당원은 고작 2%미만이다. 심리적 갈등의 해소를 위해 연방정부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발전연구소가 동독전지역에서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민주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당 사회단체 종교 교육기관이 기울이는 노력도 대단하다. 마치 동독지역 전체가 정신 재교육장처럼 느껴질 정도다. 〈본〓김상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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