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26만명 고통의 나날…집→배회→보호소→집되풀이

입력 1997-09-22 20:05수정 2009-09-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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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치매에 효자 효녀는 없다」. 최근들어 우리사회에 치매환자가 늘어가면서 치매부모를 둔 자녀들의 무관심과 방치 사례가 늘고 있다. 「97 세계 치매의 날」(21일)을 맞아 한국치매가족회가 「치매성 노인의 배회 문제」에 대해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개최한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여자부랑인 임시보호소인 서울시립부녀보호소에는 53명의 치매할머니들이 가족과 사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88년 9월에 처음으로 배회 증상을 보이기 시작, 지난 7월까지 「집→배회→부녀보호소→집」의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는 박모할머니(83)는 보호소 직원들 사이에 「핑퐁할머니」로 불린다. 박할머니의 2남1녀가 『딸이 모셔라』『아니다. 아들에게 부양 의무가 있다』며 서로 다투기만 할 뿐 몇개월째 중증치매인 어머니를 보호소에 방치하자 이같은 별명이 붙여진 것. 지난 5월 초 거지행색에 아사(餓死)직전의 상태로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가 경찰에 발견된 김모할머니(80)도 비슷한 처지. 김할머니의 아들(57)은 『모두 일하러 나가 돌봐줄 사람이 없는 집에 있는 것보다 보호소에 있는 게 낫다』며 가끔 보호소로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생존여부를 확인할 뿐이다. 지난 6월 보호소를 직접 찾아왔던 김할머니의 손녀(24)는 직원들이 할머니를 딸려 보내려고 옷을 갈아입히자 몰래 달아나 버렸다. 한국치매가족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26만여명의 노인(65세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고 이 중 73%인 18만여명이 습관적인 배회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회복지사 이창순(李昌順·39)씨는 『서울에서만 한 달에 40∼50명의 치매할머니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다 이 곳으로 보내진다』며 『지문조회까지 해서 어렵게 신원을 확인해 가족에게 연락했을때 「다른 형제도 많은데 왜 나에게 전화했느냐」는 말을 들을 때면 「못된 빚쟁이」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치매환자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가족만 나쁘다고 할 수 없다』며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전문가들은 『경찰서 소방소 보건소 의료기관 복지시설 택시회사 언론사 등 공공 민간기관이 「배회 치매환자 SOS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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