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不渡수습 원칙부터 세워야

동아일보 입력 1997-09-09 20:09수정 2009-09-26 11:12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부도유예협약 대상인 진로그룹 6개사가 법원에 화의(和議)를 신청해 최후의 갱생카드를 던졌다. 법정관리나 파산은 피하고 채권금융단과 협의해 회사를 살리고 난 뒤 빚을 갚는 방식인 화의는 대기업에선 없었던 일이다. 진로측의 화의신청에 정부와 금융단은 일단 긍정적인 태도다. 이는 부도유예협약의 문제점과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진로가 화의를 신청하게 된 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리스 할부금융같은 제3금융권이 참여하지 않은 협약이 기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점이다. 은행과 제2금융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3금융권이 채권회수에 나서 진로는 자금난을 견뎌낼 수 없게 됐다. 두번째는 정부와 은행이 회생 또는 회생불능기업을 선별하고 회생가능 기업에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기업과 제3금융권에 끌려왔기 때문이다. 금융단은 진로그룹의 6개사는 살리고 14개사는 처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적미적하는 바람에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준 제3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해 사태가 꼬였다. 협약을 존속시킬 생각이라면 제3금융권을 협약 안에 끌어들이든지 정부가 조정기능을 발휘해 협조토록 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원칙이 흔들리고 의지가 확고하지 않으니 기업이나 제3금융권의 동요는 심할 수밖에 없다. 협약의 혜택을 받고도 진로가 회생에 애를 먹는 것은 자구노력이 차질을 빚은 것도 큰 요인이다. 진로는 물론이고 대부분 기업은 계열사나 부동산매각을 통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기업들이 군살을 빼고 체질을 강화하도록 서둘러 촉진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