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일포럼 배재식 한국측회장

  • 입력 1997년 9월 9일 20시 09분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서 열린 제5차 한일포럼의 한국측 회장을 맡았던 배재식(裵載湜·68)서울대법대명예교수는 9일 『95년에 이어 두번째로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이 이번 포럼의 성과』라고 말했다. 한일포럼 창설 때부터 한국측 회장을 맡아온 그는 또 『양국관계의 특수성 탓에 마치 지뢰밭을 걷는 심정으로 포럼에 참여해왔다. 이제 양측 참가자들간 「감정적 부분」은 상당히 해소됐지만 아직 독도나 과거사 문제와 같은 높은 벽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지난 5년을 평가했다. ―한일포럼은 어떤 단체인가. 『한일포럼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모임이다. 95년 3차포럼에서 월드컵 공동개최를 양국 정부에 건의한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월드컵을 어느 한쪽이 개최하게 됐다면 한일관계는 지금보다 더 나빠졌을 것이다』 ―이번에 「서울성명」을 통해 「월드컵 한일공동개최의 성공을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하자고 제안했는데, 그 배경은…. 『공동개최라고는 하지만 양국이 각기 단독개최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공동개최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한 일본인사는 「2002 코리아」라는 국내의 입간판을 보고 내게 문제를 제기했다. 「2002 코리아―저팬」이 확정된 이상 「저팬」을 부인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 모임이 이런 문제들을 시정하는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되는 「한일교류추진합동위원회」를 설치하고 교류기금도 만들자는 한일포럼의 제의를 양국정부가 받아들일 것으로 보나. 『50% 이상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교류기금은 일본이 1백억엔, 한국이 1백억원 정도를 내는 게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양국의 국력차이를 생각하면 한국의 부담이 많은 편이다』 ―이번에 한일포럼이 「쌍방향의 예술―문화시장 개방」을 촉구했는데 현재의 여건으로 보면 우리가 일본 것만을 받아들이는 일방향이 될 가능성이 많지 않나. 『우리가 너무 폐쇄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모든 나라의 영화를 수입하면서 일본영화만은 거부하고 있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질문화의 유입을 우려하는데 1년 정도면 이를 선별해낼 역량이 우리에게 있다고 본다』 ―포럼에 대한 일본측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일본측 회장인 오와다 히사시(小和田恒)가 1차포럼(93년)직후 주유엔대사에 임명됐지만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며 계속 포럼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실로 짐작할 수 있다』 〈문 철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