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大選/전문가 의견]『정책-비전으로 깨끗한 한판』

  • 입력 1997년 9월 9일 20시 09분


▼ 임좌순 선관위 실장 ▼ 현재까지는 각 정당이 경선후유증 수습이나 야권후보 단일화문제, 후보영입과 추대문제 등으로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추석연휴가 지나고 각 당의 내부문제가 정비되면 곧바로 선거열기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고비용 정치구조를 고쳐 돈안드는 선거를 하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다 정치관계법이 이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어느 후보든지 금품제공 시비에 휘말리면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음식물이나 금품제공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운동은 중앙당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당활동을 빙자한 사전선거운동 시비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기 관할구역의 득표결과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의 향후 정치적 입지가 좌우되고 대선이 끝나면 바로 다음해 5월 지방자치선거가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선거에 개입하려는 「신관권선거」가 우려된다. 비슷한 TV토론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는데다 TV토론으로는 더이상 이미지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후보측은 선거일에 임박해 합법을 가장한 대중집회를 집요하게 시도하는 상황도 예견된다. 후보자간 우열의 차이가 과거 어느 선거보다 근소해 선거운동방법도 과거보다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이는데 정견이나 정책중심의 선거운동을 하자면서도 상대방의 약점을 캐내 폭로하는 인신공격 흑색선전이 우려된다. 선관위는 이같은 모든 상황에 대비한 공명선거 추진계획을 수립해 놓았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선거를 공명선거로 이끌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 신명순 연세대 교수 ▼ 대선이 1백일 남은 시점에서 아직 여야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은 본격적으로 벌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본격화될 선거운동을 통해 그동안 대선과정에서 드러난 과열 및 혼탁 탈법행위 등 부작용이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의 두 아들 병역면제 공방과 오익제(吳益濟)씨의 밀입북으로 불거진 국민회의에 대한 색깔시비 등이 정당한 정당활동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각 후보 진영이 벌이게 될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각 후보가 상대와 정면으로 맞서기 보다는 남을 헐뜯는 후속 시리즈를 1탄, 2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어 걱정스럽다. 이 과정에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건강한」 경쟁은 이번 대선에서도 제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대선경쟁의 주요한 무대가 될 TV토론도 미디어정치의 정착이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우려스러운 대목이 없지 않다. 기존의 TV토론이 진정한 의미의 토론이 되기보다는 각 후보 개인의 정견발표장으로 변질되면서 오히려 국민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선후보로 하여금 억지 웃음을 자아내게하는 빈번한 TV프로출연은 정치를 쇼차원으로 끌어내리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현재 여야가 협상중인 정치개혁특위의 활동방향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여야가 대규모 정당연설회의 수시개최에 잠정 합의했다는데 이것은 「세몰이」식 정치행태를 근절하겠다는 정치권의 의지를 의심케하는 것이다. 당리당략에 의한 정치개혁 협상은 연말 대선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큰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학준 인천대 총장 ▼ 15대 대선은 20세기를 마무리하고 21세기를 여는 「세기전환을 관리하는 대통령」을 뽑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선 정부와 여당은 「선거에 패배해서 정권을 내놓아도 별 수 없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공명정대한 경기(競技)를 해야 한다. 지난날 우리 헌정사를 얼룩지게 만든 부정선거 시비는 늘 「선거에서 지면 우리는 죽는다」는 정부 여당의 잘못된 마음가짐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야당을 해도 좋다」는 자세만이 공명선거를 보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람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거듭 지적하고자 한다. 그가 임기말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여전히 정부의 최고책임자이다. 그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있는 공직자들이 절대로 부정을 저지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독려해야 한다. 그 다음은 각 당의 후보들이다. 그들은 정책과 비전, 그리고 자신들의 장점을 앞세워 경쟁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해야지, 다른 후보들의 약점을 폭로하고 심지어 중상모략하거나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후보의 타락이 선거타락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경고해두고 싶다. 이번 선거도 금권선거가 된다면 내년에 출범하는 새 정부는 초기부터 시비에 휘말려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역연고주의 학맥 인맥등에 기울지 말아야 하며, 더구나 금품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15대 대선은 모든 국민의 승리가 돼야 한다. 그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평가를 받을 만한 공명선거의 전통을 확립할 때만이 가능하다. 국민들은 이제 페어플레이를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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