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찰거머리」파파라치와 언론의 자유

  • 입력 1997년 9월 1일 20시 50분


▼파파라초는 영화 속에서 스타의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작중인물로 이탈리아 명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1959년 출세작 「라 돌체 비타(달콤한 삶)」의 주인공 이름이다. 지금은 일확천금을 노려 유명인사들의 비밀스런 장면만 추적하는 자유계약 사진사를 일컫는다. 전 영국 왕세자비(妃) 다이애나의 사생활을 끊임없이 넘보다가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사람들이 바로 「파파라초들」 즉 파파라치다 ▼파파라치에게 쫓기던 다이애나는 그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접근 금지 소송까지 냈었다. 이에 따라 영국 법원은 작년 8월 「다이애나 3백m 이내 접근 금지령」을 파파라치에게 내렸다. 그러나 파파라치가 그녀를 놓아줄 리 없었다. 교통사고 직후에도 그들은 다이애나의 처참한 모습을 찍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다이애나는 이제야 그들로부터 자유인이 된 셈이다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파파라치도 큰 수난을 맞고 있다. 그들의 비윤리적인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영국의 일부 타블로이드지는 다이애나의 죽은 모습 사진을 팔겠다는 파파라치의 제의를 거부하기도 한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리 파파라치의 활동을 제한하려 해도 유명인의 은밀한 사진은 계속 나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명인의 사생활은 언제나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파파라치의 활동 제한은 언론의 자유를 저해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지만 「보호돼야 할 사생활」의 한계가 모호할 때도 적지 않다. 그래서 언론보도와 사생활 보호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파파라치가 할 말이 없게 됐다.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한 세계인들의 동정과 슬픔이 파파라치에 대한 비난을 촉발시킨 것이다. 파파라치도 당분간은 주변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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