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양평「관수정」]강-산과 속삭이는 열린공간

  • 입력 1997년 8월 25일 08시 04분


처음 경기 양평의 대지를 답사했을 때 마을의 평화로운 모습과 주변에 펼쳐진 강과 산의 풍경은 건축적 욕망의 불길을 댕기기에 충분했다. 마을의 끝에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이 대지가 지니고 있는 지세의 흐름과 경관은 풍수지리설의 논리를 떠나 좌향 결정에 절대적 요인이었다. 따라서 자연의 일부로서 하나의 새로운 장소를 구축한다는 개념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오브제로서의 집이 아닌 모든 사물, 자연과 교우하는 개체로서의 집을 만들고자 했다. 즉 주변경관을 형성하고 있는 강과 산까지 대지영역을 확장시켜 건축적 경계를 해체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관수정은 안채와 별채(사랑채)라는 전통적 주거형식을 시대적 상황으로 재해석, 분절과 집합의 수법을 통해 지형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높낮이를 있는 그대로 공간화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건축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땅은 언제나 평평한 것이어야 한다는 고정관습에 따라 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습은 어느 도시, 어느 곳에서나 획일적인 건축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물리적 기능을 해결하는 일보다는 땅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 거기에 걸맞은 건축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관수정이 보여주는 높낮이의 변화, 평면의 자유스러움, 완곡한 지붕의 모습,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의 트임과 닫힘 등 다양한 변화는 땅으로부터 요구받은 내용을 건축적으로 시스템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길에서부터 집 내부공간으로 이어지는 긴 동선은 열리고 닫히고, 올라가고 틀어지고, 꺾이면서 전개되는 공간과 시각의 변화를 체험하게 한다. 관수정의 안채는 안방과 완곡한 형태의 거실 및 데크 식당 부엌 옥외마루 침실 등으로 구성되며 거실에서 보이는 강과 산의 극적인 풍경은 관수정의 존재를 성립케 하는 최고의 자연경관이다. 거실에서 다리를 통해 연결되는 별채는 안채보다 90㎝정도 낮은 계곡쪽에 위치해 있다. 사랑방과 침실 등으로 구성돼 있는 이곳은 사색과 독서 등 매우 조용하고 정제되어 있는 정적인 장소다. 관수정은 5개의 파사드를 갖고 있다. 건축이 4개의 입면을 갖고 있다면 관수정의 완곡한 2개의 지붕은 하늘을 향한 입면이다. 위로는 하늘과 대화를 하고 안으로는 내부공간과 대화를 하는 생명이 담긴 면이다. 우경국<예공건축 우경국스튜디오> ▼약력 △한양대 건축과졸 △경기대 대우교수 △디자인 디렉터 △여운헌 몽학재 송풍당 남명기념관 등 작품 설계 △95 강구조작품 우수상 수상 02―730―88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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