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작은 정부」의지가 문제다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21세기 국가과제의 하나로 「정부의 역할과 기능 재정립」이 논의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93년 이후 네차례에 걸친 「작은 정부」를 위한 개혁노력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고 이제 다시 원점에서 해묵은 과제를 꺼내들고 정부조직개편의 필요성과 방향을 거론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를 제기한 재정경제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의 논의수준도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각국이 추진중인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는 국민부담축소와 행정서비스 강화만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 국제화 개방화의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국가경쟁력강화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다. 정부부문의 비효율과 낭비요소를 제거하지 않고는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의 정부조직개혁노력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작은 정부에 대한 철학과 비전은 물론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추진하다보니 조직과 공무원수가 오히려 늘어났고 공공부문의 효율성도 뒷걸음질쳤다. 아직도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몰라 정책결정에 무리가 따르고 민간부문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생산성과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 정부개혁은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 정부기구를 축소하고 집행조직을 정비하는 수준이어서도 안된다.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규제철폐와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한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의 개선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 조직운영의 개선을 위한 권한의 하부이양, 계약제와 실적평가제도의 도입, 인사 예산제도의 개방화 자율화, 민간위탁 및 민영화, 지방분권화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형 정부」여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일관된 의지다. 행정개혁은 국가경영의 큰 틀과 전략을 짜는 일인 만큼 정권차원의 접근으로는 안된다. 정권을 뛰어넘어 추진해야 할 밑그림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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