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세계로 눈돌린 車부품업체 『신바람』

  • 입력 1997년 8월 4일 10시 10분


중소업체 사장들의 하루하루는 푹푹 찌는 폭염속에서도 살얼음판이다. 거래하는 대기업 어음이 자고 깨면 휴지조각이 돼버릴 지도 모르기 때문. 특히 기아 한파(寒波)를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자동차 부품업계 사장들은 연쇄부도 위기감으로 오금을 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례없는 불황과 기업 위기상황 속에서도 일부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밀려드는 주문에 「바쁘다 바빠」다. 열악한 환경에서 오로지 기술개발로 한 우물을 파온 이들은 이제 눈을 세계로 돌려 차근차근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 78년부터 주로 자동차 시동모터에 쓰이는 부품들을 생산, 만도기계 대우기전 등 국내 기업에 납품해 내수에서만 연간 8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온 ㈜일진정류자(대표 金東均·김동균·경기 성남시)는 너도나도 투자를 줄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에 20억원이나 들였다. 2년전 세계적 부품업체로 꼽히는 독일 보시사 호주공장 납품을 시작으로 세계시장의 활로를 찾은 이 회사는 현재 미국의 델코레미사, 프랑스의 발레오사 등 세계적인 대형 부품 업체에 대한 수출 길을 모색중이다. 수출액이 올해 20억원, 내년에 70억원은 너끈하리라는 전망. 이 회사 李明馥(이명복)상무는 『수요도 포화상태인데다 기술력도 한계에 도달해 있는 세계 완성차업계는 지금 원가 낮추기 전쟁 상황』이라고 말한 뒤 『1달러라도 싸다 싶으면 천리를 멀다 않고 뛰어다니는 세계 대형업체들에 한국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매력적인 곳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소재의 동화산업 金相阮(김상원)사장도 요즘 신이 나 있다. 연료탱크 마개를 비롯, 자동차 인테리어에 쓰이는 3백여종의 고무부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90년대 들어 국내 자동차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매년 20%씩 매출 신장을 거듭해 왔으나 2년전부터 제자리걸음이었다. 김사장은 『외국 업체의 관심은 가격이다. 선적이나 품질은 기본이다. 내수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한국 중소기업들이 대만이나 일본에 비해 아직은 경쟁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러다 보니 중소업체들의 원가절감 노력도 가히 생존을 건 사투를 연상케 할 정도다. 경북 김천에서 발전기 등 자동차 전장품의 핵심부품을 만드는 삼신산업 徐元錫(서원석)사장의 원가절감 노력은 전방위적이다. 『적게 쓰는 것만이 능사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원가절감도 결국 기술력입니다. 예컨대 동파이프가 아닌 동코일을 원재료로 쓴다든지 세번 커팅할 것을 한번으로 하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데 이 역시 기술력이 생명입니다』 아직은 내수 가격보다 15%를 더 받아도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하는 서사장은 최근 프랑스 발레오사에서 방문한 실사단이 공장을 둘러보고 「넘버원」을 연발하자 진한 보람을 느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무시하는 국내 대기업들만 상대해오던 터에 공장 한번 둘러보고 척 알아주는 외국 기업인들을 만나자 놀라움을 넘어선 감동까지 느꼈다는 것. 올해는 작년의 다섯 배가 넘는 28억원어치의 수출을 전망하는 경남 울산 소재 제일금속의 하순규 사장도 『부도나 파업에 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대기업만 쳐다보고 살 수는 없다』며 『국내 자동차 3사도 외국 부품업체에 문을 열어놓고 있는 마당에 우리 중소기업들도 이제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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