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제균/너무나 당당한 이회창대표

  • 입력 1997년 8월 1일 19시 51분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이 두 아들의 병역문제 때문에 얼마나 심한 마음고생을 했고 또 현재 하고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요 며칠간 이 문제에 대한 이대표의 대응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대표는 처음부터 직접 진상규명에 나서기보다는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高建(고건)국무총리가 지난달 23일 국회 답변에서 「특정후보의 사생활 문제」 운운하자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출, 당정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또 지난달 31일 자택에서는 『국방부가 바보처럼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고 국방부를 비난했는가 하면 「마녀사냥」운운하며 엉뚱하게 언론으로도 화살을 돌렸다. 비록 이 문제는 야당이 제기했다고는 하나 원인 제공은 이대표쪽에서 한 것이 분명하다. 「국군 통수권」을 갖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아들 두명이 특이하게도 모두 군대에 가지 않았다. 그것도 「키 1백79㎝에 몸무게 45㎏」이라는 희귀한 체형으로 면제를 받았다면 야당 공세와 관계없이 의혹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특히 이 문제로 민생국회가 공전되고 72건의 민생법안이 폐기당할 위기에 처했었다. 이쯤됐으면 책임 전가보다는 국민을 향해 진솔한 사과부터 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이대표는 「한점 부끄럼 없다」는 당당한 태도로만 일관했다. 사과래야 임시국회 폐회 이후인 지난달 31일, 그것도 신한국당 의원 연찬회에서 의원들을 향해서만 『송구스럽다』고 말했을 뿐이다. 또 이대표는 지난달 29일 TV토론에 나와서도 마치 「남 이야기 하듯」 두 아들의 병역문제를 해명했다. 토론이 끝난 뒤 각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대표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70%에 육박한 데는 이대표 자신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정가에서는 벌써 『미국같으면 청문회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만일 이대표가 이 문제의 진상규명 노력을 소홀히 한 채 대통령이 된다면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이 나라 부모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박제균(정치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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