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강성모/민족 단일화의 숙명

  • 입력 1997년 7월 31일 20시 57분


사람이란 무엇인가. 「비인간적인 것을 포함한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동물」이라고 정의(定義)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정의라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주장했다. 복구되지 못한 대홍수의 피해, 올해의 극심한 가뭄과 혹서 속에 살고 있는 한반도 북쪽 주민들은 고픈 배를 움켜잡은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계와 같은 인간이 되어 모든 정서가 마모된 상태인가. 정말 궁금하다 ▼ 감싸야할 北 이탈주민 ▼ 북측의 지도층도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법한데 별다른 변화의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1백여년 전 독점자본의 폐해를 논한 한낱 경제학도의 논문에 편승한 권력욕구가 근대사회주의국가를 태동시켰고 그 자연소멸의 말미에 북측이 서있다는 것. 이미 2천4백년 전 그리스 철학자들이 지적한 대로 『인간사회는 소득이라는 자극과 적절한 근로, 절약 그리고 책임을 위해서는 「소유라는 자극」을 필요로 한다』고 한 것을 역사적 사실로 다시 한번 입증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외롭게 남아 있는 듯한 북측, 그들도 나름대로의 고뇌가 클 것으로 유추된다. 남북관계는 늘 애증(愛憎)이 교차해 왔다. 한 핏줄이면서도 가장 증오하고 가장 아픈 상처를 주고받은 관계였다. 근년의 북쪽 기아현상에 대한 국민적 감정도 엇갈린다. 「북의 권력자를 미워하되 인민까지 미워할 수는 없다」는 동정론과 「북의 남침 야욕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는 경계론이 팽팽하다. 우리 사회의 한쪽에서 북한동포돕기 모금이 진행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북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과 분노의 질타가 공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의 문제뿐 아니라 내일의 문제도 생각해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 후원회」가 발족된 것도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북쪽의 용기있는 사람들이 생명을 걸고 또 북에 남겨둔 가족들이 당하게 될 희생에 대한 죄책감의 갈등을 넘어 남쪽으로 귀순한 사람이 지난 94년까지는 연평균 10명 정도였다. 이들은 주로 휴전선 접경지역을 넘어온 인민군으로 그야말로 귀순(歸順)이었다. 그러나 金日成(김일성)이 사망한 94년 이후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접경지역의 인민군뿐만 아니라 민간인 재외공관원 고위관리까지 개인 또는 집단으로 북한을 탈출하고 있다. 94년이후 제삼국을 경유하거나 보트피플이 돼 남쪽을 찾아온 「이탈민」들은 그동안 연평균 50명 정도 되더니 금년에는 상반기에 벌써 50명을 넘어 섰다. 과거에는 「우리의 존재를 부인하고 공격하는 적들 중 전향한 자」들이 남쪽으로 넘어 왔으나 이제는 「억압된 체제를 못견뎌 탈출하는 북한 사람들」이 남쪽을 찾아 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를 「귀순자」와 「이탈자」로 구분할 수 있다. ▼ 국민 모두 두레꾼 돼야 ▼ 이같은 상황 변화로 이들에 대한 우리의 법체계도 바뀌었다. 종전의 「귀순북한동포보호법」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됐다. 지난 7월14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우리 대한민국에 보호를 받고자 의사표시를 한 북한 이탈 주민을 대상으로 남쪽에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정착금과 주거지원, 교육 의료 등의 혜택과 사회적응교육 직업훈련도 받을 수 있다. 북쪽에서의 학력과 자격을 인정받고 군 공무원 출신은 동등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전혀 다른 가치관과 규범, 그리고 신념체계의 차이에서 오는 문화적 충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점이다. 그래서 이 법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북한이탈주민 후원회」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후원회만의 일이겠는가. 우리 국민 모두가 그들의 두레꾼이 되어 주어야겠다. 멀고 험하겠지만 우리민족 단일화는 결국 우리 민족 스스로가 감당하여야 할 숙명이 아니겠는가. 강성모(북한이탈주민 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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