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選규칙 빨리 마련해야

  • 입력 1997년 7월 31일 20시 57분


벼랑 끝까지 몰렸던 국회 정치개혁입법특위 가동문제가 막바지에 해결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위의 여야 동수(同數)구성을 완강히 반대해온 신한국당이 임시국회 마지막날 입장을 바꿔 12월 대선의 게임규칙을 정비할 터전이 마련된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국회회기 내내 치고받기만한 여야가 한심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정말 공정하게 치르려면 특위는 밤을 새워서라도 빨리 흠없는 법을 만들어 내놓아야 한다. 여야가 어렵게 특위구성에 합의했으나 통합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관련법안의 타결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대선을 눈앞에 둔 여야의 이해가 극명하게 갈리는데다 협상 자체가 대선전의 기(氣)싸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정기탁금제 등 돈문제가 협상의 순항을 가로막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정치인의 음성적 자금조달 관행으로 자리잡은 떡값 규제문제는 여야 모두 소극적이어서 제대로 법제화될지 불투명하다. 우선 지정기탁금제의 경우 여당은 종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야당은 이를 폐지하고 선거공영제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나 지난 6년간 지정기탁금 1천3백억여원을 독식해온 여당이 엄청난 프리미엄을 선선히 양보할 것 같지 않다. 지정기탁금제 본래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여당이나 왜곡된 제도를 방치할 수 없다는 야당 주장 모두 일리가 있지만 돈흐름의 심각한 불균형은 어떻게든 개선하는 것이 옳다. 떡값 규제 문제도 그렇다. 한보사태를 겪으며 정치권에 검은돈이 유입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하자고 다짐했던 여야지만 특위에 상정할 개선안에서는 이 문제를 슬그머니 빼버렸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당장 돈줄이 막히는 것을 여야 모두 꺼렸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 협상안이라는 것이 자기 좋기 나름으로 마련됐다는 증거다. 이밖에 여야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증액, 노조의 정치헌금 허용여부, 옥내외 선거유세 문제 등에서도 현격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나름대로 논리는 갖췄으나 한꺼풀 벗겨보면 대선에서의 유불리(有不利)를 고려해 내놓은 것이 적지 않다.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명분속에 다분히 대선승리를 위한 정략적 의도를 숨겨놓아 특위에서 이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여야가 자신에게 유리한 대선룰만 고집해 특위를 또다른 정쟁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선관위는 선거법이 9월10일까지는 개정돼야 제대로 선거관리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바 있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돈 덜쓰는 선거로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루려면 여야가 사심없이 특위에 임해 개혁입법을 완성시켜야 한다. 특위활동시한도 늘려잡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법안을 만들어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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