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어린이 「심인성 복통」은 스트레스가 주범

  • 입력 1997년 7월 31일 07시 45분


학교 갈 시간만 되면 배가 아픈 어린이가 있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검사를 해도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꾀병이 아닐까 의심을 해보지만 아이의 표정은 의심의 여지없이 「진짜 아프다」고 호소한다. 밖으로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나 의사를 무의식적으로 신체 증상으로 바꾸어 내보이는 「심인성 복통」때문이다. 실제로 아픔을 느낀다는 점에서 거짓으로 아픈 척하는 꾀병과 다르다. 상계백병원 전성일교수(소아정신과·02―950―1082)는 『어린이 가운데 10% 정도가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복통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외국의 경우에도 이런 복통은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의 10∼15%에서 나타난다. 때로 머리가 아프거나 천식 두드러기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심인성 복통은 주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 방과후 억지로 가야하는 학원이나 공부에 대한 지나친 부담이 원인이 된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교사나 급우가 휘두르는 폭력 때문인 경우도 있다. 이럴 때 「꾀병이 아니냐」고 윽박지르거나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것은 금물. 또 이와 반대로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학교를 쉬게 하거나 숙제를 면해줘도 안된다. 어떤 이익을 얻게 되면 증세는 무의식적으로 계속 되풀이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전교수는 『부모가 아이의 복통이 심리적인 원인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작 필요한 것은 정신과적인 치료인데도 소아과만 전전하면서 불필요한 검사나 수술을 받는 한이 있어도 정신과를 찾는 것은 극도로 꺼린다는 것. 치료는 어떻게 할까. 삼성서울병원 홍성도교수(정신과·02―3410―3585)는 『어린이는 어른과 달리 자신의 감정을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의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 정확한 원인을 찾아 풀어줘야 한다는 것. 물론 증세가 심하면 정신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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