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허승호/경제「구조개혁」의 明과 暗

  • 입력 1997년 7월 25일 20시 22분


요즘 세계 어딜 가나 구조개혁의 물결이 거세다. 90년대초까지만 해도 망해간다고 한탄하던 미국이 구조개혁 덕분에 사상초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영국병」을 고친 대처리즘도 그 내용은 기실 강도높은 구조개혁이었다. 특히 미국은 경제적 성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천년왕국」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자신감을 얻은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은 지난달 G8회담에서 유럽 등에 『미국을 따라배우라』는 경제강의를 하기도 했다. 구조개혁의 핵심은 규제완화, 정부역할축소 등 「시장원리의 확산」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는 근로자에게 고용불안과 대량해고로 다가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의회보고서를 통해 「첨단기술의 발전이 능력급과 해고위험등을 확산, 노동시장의 긴장을 높였고 그 덕분에 임금 및 노사관계가 안정, 성장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구조개혁으로 인한 해고자는 지난 4년간 1천만명인 반면, 새로 창출된 일자리 수는 이보다 많은 1천2백만개라고 한다. 그러나 고용불안은 자긍심을 잃은 사회적 패배자를 양산하며, 심지어 우울증 죄의식 분노 무력감 동기상실 등의 「사회적 질병」으로 나타난다고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로자베스 켄터교수는 지적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업무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가자 노동성이 나서서 자살자가 산업재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정기준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다(니혼게이자이 보도). 노동시장의 긴장강화는 이미 개방, 세계화의 길로 들어선 한국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우리도 이미 이 물결을 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리라고 단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경쟁 제일주의는 인류가 20세기말에 맞은 낯선 생존환경이다. 비록 경쟁의 확산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긴 하지만 그속에서도 각 사회구성원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방안과 체제의 모색이 긴요한 시대이다. 허승호(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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