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류하는 起亞대책

  • 입력 1997년 7월 22일 20시 01분


협력업체의 부도공포와 경기 광주 창원 등 지방경제의 마비 위기에도 불구하고 1주일이 넘도록 기아(起亞)사태 수습이 원칙없이 표류, 파장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번지고 있다. 채권금융단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정부와 어떻게 금융기관 차원에서 해결하느냐는 은행측의 책임전가로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정부는 조속히 수습방안을 제시, 금융권과 협조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기아를 살리느냐 죽이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1만7천6백여개의 협력업체와 일부 지방경제의 사활(死活)이 걸려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영진과 금융단을 질책할 뿐 해결책 마련에 나몰라라다. 급한 상황부터 수습하고 책임을 묻는 게 순서다. 정부가 내놓은 하청업체 지원책도 은행들이 외면, 어음할인기피 등 사태가 더 나빠졌다. 정부입장이 어정쩡하니 금융권이 따를 리 없다. 기아측의 대대적인 계열사 및 부동산매각과 인력감축, 파격적인 자동차 할인판매, 노조의 1천억원 성금모금운동과 임금 일부 반납 등 자구노력은 바람직한 자세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가 벌이는 기아살리기운동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모범기업이라서 회생시켜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연쇄부도 지방경제파탄 등을 막으려는 시민의식의 발동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도 대기업 부도설이 꼬리를 물어 재계는 하루도 부도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한푼이라도 덜 물리려고 전전긍긍, 금융시스템이 전례없이 불안하다. 시장경제원리나 구조조정 모두 옳은 말이나 원리원칙에만 매달리다 기업이 다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골치 아픈 사안에 끼여들지 않고 원론적인 얘기만 하는 경제관료들의 태도가 정권말기의 몸사리기나 누수현상에서 비롯되었다면 정말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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