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여름 책읽기로 무더위 이기자

  • 입력 1997년 7월 21일 19시 24분


여름이 독서의 계절로 자리잡은 것은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전에는 가장 책을 많이 읽는 계절로 가을이나 겨울이 꼽혔지만 이제는 옛 말이 되고 말았다. 국내 출판사들은 여름 성수기에 맞춰 새 책을 선보이고 대형서점들도 여름이면 가장 일손이 바빠진다. 이렇게 바뀐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름휴가가 정착되는 등 국민들의 생활패턴이 달라진 탓이 크다 ▼독자들이 선호하는 책의 종류도 많이 달라졌다. 교양이나 인문사회서적의 판매가 시들해진 대신 대중소설 등 가볍고 흥미위주의 읽을거리들이 잘 팔린다. 특히 신세대들 사이에는 만화나 무협지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의 책을 기피하는 것은 이제 나이나 세대와 관계없이 전반적인 흐름으로 굳어져 버린 느낌이다 ▼서울시내 일부 대학의 도서관에서 학생들의 도서대출순위를 조사한 결과 베스트 10에 오른 책들이 대부분 소설이나 만화라는 보도는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책의 가치를 중시하고 책속에서 세상살이의 지혜를 터득하려 했던 우리 전통으로 보면 여간 개탄스러운 일이 아니다. 골치아프다고 고전이나 전공서적을 멀리한다면 뜻깊은 대학생활이 될 수 없을 뿐 더러 사회진출 이후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 경쟁하는데도 문제가 생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책을 읽지 않는 풍조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등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새 미디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책만큼 대중적이고 효과적인 매체는 없다. 출판계가 장기간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가운데 특히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내온 출판사들은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휴가를 얻은 직장인이나 방학을 맞은 학생이라면 이번 여름에는 모처럼 독서삼매경에 빠져 재충전을 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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