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기밀과 인권

  • 입력 1997년 7월 18일 20시 21분


대법원이 국가기밀의 개념에 관한 판례를 바꾸었다. 국가보안법상의 국가기밀을 국가안전에 위험을 초래할만한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제한한 것이다. 이는 법원이 국가기밀을 해석하면서 이적성(利敵性)여부에 초점을 맞추었던 종전의 입장을 바꾸어 인권보호쪽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가기밀의 개념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외국에서도 적잖게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그 나라가 처해있는 여건과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해석하는 것이 상례(常例)다. 따라서 국가기밀의 개념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반된다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시의적절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또 지난 1월 국가기밀의 누설 탐지 등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限定合憲) 결정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다만 공지(公知)의 사실이라도 탐지 수집 확인 등의 노력을 한 경우와 사소하지만 안보에 불이익이 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보다 다소 보수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 판례로 법적용의 혼선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앞으로 미칠 영향에 관해서는 엇갈린 시각이 있다. 국가기밀의 범위를 축소 제한함으로써 사법기관의 법률남용 소지를 막고 인권을 보호하는 측면은 강화됐지만 대공(對共)수사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그러나 인권보호는 시대적인 흐름인 만큼 대공수사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보다 과학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것이다. 또 그것이 수사의 옳은 방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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