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아가 살아나려면…

  • 입력 1997년 7월 17일 20시 48분


국내 3위, 세계 17위의 자동차메이커인 기아(起亞)의 좌초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아특수강 등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아시아자동차 ㈜기산 등 주력계열사의 눈덩이 적자가 경영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여기에 자동차업계의 과잉중복투자에 따른 출혈경쟁과 장기불황 수출부진이 자금난을 부추겼다. 매년 되풀이해온 노사 노노갈등도 기아 침몰의 주요 원인이었다. 기아의 경영진이나 근로자 모두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아의 도산을 방치하거나 제삼자 인수 또는 법정관리쪽으로 먼저 수습방향이 모아져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기아는 민족기술로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해온 기업이고 소유분산과 함께 일찍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우량기업이다. 기업재무구조도 크게 나쁘지 않다. 이런 기업이 경기순환 차원의 일시적 자금경색에 몰려 도산이라는 비운을 맞게 할 수는 없다. 기아의 좌초는 정책의 실패탓도 크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이번 사태를 업계의 구조조정차원에서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고 방치해 왔다. 그 결과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수많은 하청업체와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넣는 상황을 맞기에 이르렀다. 정부와 금융권은 제삼자 인수 등의 안이한 발상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해서는 안된다. 지난 80년 크라이슬러 자동차가 경영난에 빠졌을 때 미국정부가 15억달러의 지급보증을 서 회생시켰던 것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됨직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기아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 2개월간의 부도유예기간에 유사계열사를 통폐합하고 보유부동산을 과감히 처분하며 경비절감등의 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노조의 피나는 구사운동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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