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신세대 사진넣은 엽서-명함 만들기 유행

  • 입력 1997년 6월 30일 07시 57분


「제 얼굴 좀 봐 주세요」. 집밖으로 한발짝만 나서도 장옷으로 얼굴을 가렸던 조선시대 여성들이나 얼굴이 많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던 부모세대와는 사뭇 달리 「얼굴팔기」가 신세대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요즘 10, 20대들 사이에서는 본인의 얼굴 사진을 넣은 엽서 명함 등을 만드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서울 그레이스 백화점의 「사이버 포토 합성방」에는 젊은이들이 하루 10여명씩 사진을 들고 와 「자기표」 엽서나 명함을 만들어 간다. 이곳의 대표 조기석씨는 『자동차 판매사원같이 자신의 얼굴을 알려야 하는 특정 직업인들이 주고객이었던 1,2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신세대들은 엽서뿐 아니라 얼굴 모습이 담긴 편지지에도 글을 써 띄운다. S대 전산과 3학년에 재학중인 김영우씨(22)는 『지난 4월 컴퓨터로 친구에게 편지를 쓰다 정성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져 내 사진을 배경으로 넣었다』며 『그 뒤 각종 리포트의 배경에 자기 사진을 넣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세대들의 경향이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의 중심을 자신으로 생각하는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특히 자신의 얼굴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신세대들이 많아지는 것도 얼굴 알리기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라는 것. 컴퓨터 윈도 바탕화면을 본인의 얼굴로 장식해 놓은 김승구씨(28·서울 강남구 일원동)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잘 나온 사진으로 바꿔가며 바탕화면에 깔고 있다』며 『화면에 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할 줄 아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더 나아 보이게 하기 위해 「화장」도 한다는 것. 또 인터넷의 개인 홈페이지에 자신의 얼굴사진을 넣어 접속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얼굴을 홍보하는 것도 일반화되고 있다. 주유소 주인이 자신의 얼굴사진을 옥외에 내걸거나 법성굴비 등 생산자가 자신의 사진을 상품에 붙여 파는 「얼굴 마케팅」은 이미 2,3년 전부터 유행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상업적인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개인의 얼굴 알리기와는 다르다. 서울대 정진성교수(사회학)는 『신세대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전통적 분위기를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하지만 자기 과시가 얼굴 알리기에만 국한된다면 겉치장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사회의 상업주의에 물들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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