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노동법 100일

  • 입력 1997년 6월 24일 19시 52분


법이 발효된지 1백일을 넘긴 시점에서 새 노동관계법의 실험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13일의 새 노동법 발효이후 26건의 노사분규가 발생했으나 과격 불법 쟁의는 1건도 없었으며 2백89개 사업장 노사가 노사화합을 선언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겠으나 어떻든 눈여겨 볼만한 움직임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새 노동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새로운 노사관계의 틀 속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데 있다. 복수노조와 제삼자개입 허용 등 노사관계의 틀을 국제기준에 맞게 고친 것도 궁극적으로는 기업경쟁력의 필수조건인 노사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불법 과격분규를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가 불황과 고용불안 때문만이 아니라 새 노동법의 이같은 취지를 바로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법 시행 1백일이 지났는데도 제삼자개입의 범위와 형태에 관해 아직도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것은 불안한 부분이다. 노조원이 3백30명인 어느 중소기업엔 무려 8만명이 넘는 제삼자가 개입을 지원해놓고 있다고 전해진다. 당사자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기업별 노조형태에서 제삼자개입은 어디까지나 자문과 상담에 국한하는 것이 상식이다. 노동법이 삼자개입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어떤 형태의 개입도 적법하다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올바른 정의(定義)와 이해를 도출하는 일이 급하다. 서울과 부산지하철의 쟁의결정은 새 노동법 아래 또하나 관심을 모으는 실험이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원만한 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무더위에 지하철마저 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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