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D-26]문화예술계 앞날

  • 입력 1997년 6월 5일 08시 19분


화면 가득히 섹스 신이 나온다. 그러나 남녀가 아니다. 남자 끼리(장국영과 양조위)다. 지난달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홍콩영화 「해피 투게더」의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남성 동성연애자들간의 사랑이야기가 소재인 이 영화는 어찌보면 단순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과 절제된 스토리 전개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王家衛(왕가위)가 지난달 21일 상을 받고 홍콩으로 돌아와 한 첫마디는 『주권반환이후에도 홍콩에서 현재와 같은 창작의 자유가 그대로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 홍콩에서 영화제작에 있어 유일한 사전심사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제작비에 대한 심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는 동성연애 등 중국이 판단할때 인민을 호도할 우려가 있는 민감한 소재의 이야기를 아무 제한없이 만들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현재 중국은 할리우드 등과 활발히 영화를 공동제작하고 있지만 세가지 제한규정을 설정해 놓고 있다. 정치적인 내용을 주제로 한 것, 중국 인민해방군을 소재로 한 것, 노골적인 섹스나 폭력물 등이다. 영화관계자들은 이같은 규정을 너무 엄격히 적용하는 경우 지난 10년간 특히 액션물로 전성기를 구가해온 홍콩영화는 조만간 쇠퇴하고 말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월 초 홍콩시민회관 지하 1층 전람회장에는 홍콩 대만 미국 중국 등지에서 온 작가 시인들 수백명이 자리를 같이 했다. 제1회 홍콩문학절 행사에 참석한 문인들이었다. 많은 참석자들은 홍콩문학이 반환후에도 현재와 같이 무한정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발전해 나갈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를 나타냈다. 홍콩작가협회 曾敏之(증민지)회장은 『문학의 발전은 역사와 따로 떼어놓고는 생각할수 없는 것』이라며 『앞으로 홍콩문학이 중국문학과 상호보완해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리버럴리즘(자유주의)의 위축 여부가 주권반환을 맞아 홍콩 문화 예술계가 당면하고 있는 최대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일은 없겠지만 사회주의 중국의 주권 아래에서 스스로가 위축되어 특정 소재를 금기시하는 상황은 충분히 일어날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홍콩의 헌법격인 기본법에는 물론 문학 예술 창작의 자유와 학술연구의 자유를 향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이 그대로 지켜질지 확신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대만문제나 티베트문제에 대해 아무런 편견없는 학문적 견해나 연구결과를 마음대로 발표하고 출판할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설혹 해당 학자가 아무런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승진에서 누락하는 등의 피해를 보게된다면 그런 연구를 계속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홍콩중문대 정치학과 翁松燃(옹송연)교수의 우려다. 〈홍콩〓정동우 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