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치가 전부는 아니다

  • 입력 1997년 6월 1일 20시 25분


지금 우리 사회를 불안과 위기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은 잘못된 정치와 선하지 못한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민주주의가 성숙된 사회에서는 사회의 여러가지 기능과 역할이 균등하게 분산되어 있다. 그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경제 못지 않게 교육도 중요하며 정치의 뿌리가 되는 도덕성과 가치관은 백년대계에 속할 수도 있다. ▼ 난국을 몰고온 근원 ▼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정치만능 사회를 만들었고 정치권력이 사회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는 상황으로 전락되어 버렸다. 국권을 상실했던 과거 때문이기도 하나 군사정권의 권력 지상적 사고와 권위주의가 그 병폐를 더욱 심화시켰다. 군인적 의식구조를 가진 사람이 집권자가 되었을때 나타나는 불행한 사태가 지금도 그대로 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민정부를 자칭한 현 정권도 비민주적인 통치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변화가 없었다. 집권층의 무지와 민주사회에대한 비전이없었기때문이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에게는 정치가 전부이며 목적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위치에서 본다면 정치는 전부도 아니며 목적도 못된다. 국민들의 더 좋은 삶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며 과정인 것이다. 정신적 가치와 도덕적 활력에 비하면 정치는 그때 그때의 과도적 살림 책임인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정치권력을 절대 유일한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전체주의 사회의 독재성에 비해 차원 높은 향상을 이끌어 낼 수가 없었다. 정치인들의 성장이 국민의 성장을 따를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국민도 지도자나 정치인들을 존경하지 않음은 물론 불신과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정치꾼들을 혼 좀 내주어야 한다』고 호소할 정도라면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부끄러움 없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주는 돈이면 언제나 받을 수 있는 정당인들, 자기반성은 없이 상대방을 비방하는 사람들이 대표자가 되어 버리고 말았을 정도다. 대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일하게 하며 사회의 각계 각층 지도자들이 정치인들보다도 존경을 받으며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넓게 생각하며 멀리 앞을 보는 훌륭한 봉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들 스스로가 할 일을 하고, 해서는 안될 일을 삼가야 하다. 거짓말이나 불의(不義)한 돈을 지적하는 것만이 아니다. 기업체를 괴롭히는 경제각료가 되어도 안되며, 정적(政敵)이라고 해서 표적수사를 하는 일도 옳지 않다. 비판적인 발언을 한다고 해서 주변에서 배제하는 비애국적인 처사도 없어야 한다. ▼ 국민의 엄숙한 경고 ▼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여야의 정권싸움 때문에 대외적으로 국권의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여야를 가릴 필요도 없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통일의 문제는 물론 국제무대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국민들이 애태우고 있는데 여야의 권력 싸움과 개인적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들을 이용한다면 조선왕조 말기의 파당 싸움과 다를 것이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이 위기가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선한 의지와 건설적 질서에의 참여가 언젠가는 정치적 후진성을 극복하고 정신적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치가나 정치인이 못되는 정치꾼들의 반성이며 반성하지 못하는 이들의 퇴진이 있어야 한다는 엄숙한 요청인 것이다. 김형석<연세대 명예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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