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외국인 고용허가제」논쟁 변질

  • 입력 1997년 6월 1일 20시 25분


정부가 추진중인 고용허가제는 외국인근로자 관리체계의 틀을 바꾼다는 점에서 찬반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의 논쟁은 제도의 장단점을 둘러싼 찬반토론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반대주장을 의도적으로 왜곡 과장해 기업인과 국민의 정상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흑색선전의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독점하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는 오는5일 개최예정인 고용허가제 반대시위 참가를 독려키 위해 최근 전국 8천여 중소기업인들에게 공문을 보내 이렇게 주장했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외국인에게 우리 근로자와 동일한 급여 상여금 퇴직금 및 근로조건을 부여해야 한다」. 또 최근 배포한 각종 설명자료에선 「외국인에게 노동3권이 완전 보장되므로 20만 조합원을 가진 국내 최대의 노동조합이 출현하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도 대정부 건의문에서 같은 주장을 하며 고용허가제의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고용허가제 법안의 어느 곳에도 외국인을 내국인근로자와 똑같이 대우해줘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개인의 숙련도 생산성 등에 따라 기업주가 직접 임금수준을 결정하므로 단순 기능공은 오히려 현재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노동3권 보장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설령 보장된다해도 1년단위로 고용계약을 경신하게 돼있어 외국인근로자 20만명의 대규모 노조 결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기협과 전경련이 정부의 법안내용을 잘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기업인과 국민을 상대로 왜곡내용을 계속 선전하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기(詐欺)」나 다름없다. 산업연수생 제도나 고용허가제 어느 것도 절대선(善) 절대악(惡)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덜고 인권탄압 시비를 줄일 수 있는 지혜를 찾기 위해선 서로 정직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기홍<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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