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못당한다…佛레몽교수 분석

  • 입력 1997년 5월 13일 08시 36분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되어 있는 게 우리 세상. 사는 것도 왼손잡이가 훨씬 불편하고 사회적으로 왼손을 금기시하는 풍조도 있다. 그럼에도 수세기를 두고 왼손잡이 비율(남자 10%, 여자 8%)이 일정하게 유지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프랑스 몽펠리에대의 미셸 레몽교수(발달생물학)가 파리 리옹대의 운동선수와 세계 톱수준의 운동선수들을 분석한 결과 펜싱 권투 테니스 등 마주보고 하는 경기에서 왼손잡이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테니스의 경우 세계 상위 랭커들 중 왼손잡이의 비율이 16%였고 크리켓(영국연방국가들이 즐기는 야구와 비슷한 운동)의 투수들은 15∼27%가 왼손잡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선에서 본선대회로 갈수록 왼손잡이 비율은 더 높아진다. 1979년부터 93년까지 14년간 펜싱 세계대회 본선에 참가한 선수중 33%, 4강 이상에 진입한 선수중 50%가 왼손잡이였다. 여자경기에서도 비율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을 사용하지만 손으로 직접 상대편을 공격하지 않는 종목에서는 왼손잡이 비율이 전체 비율과 비슷했다. 축구 골키퍼의 경우 9.6%,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투포환은 10.7%가 왼손잡이 선수였다. 레몽교수는 이처럼 마주보고 하는 경기에서 왼손잡이가 우세한 것이 지금까지 이들의 「생존경쟁력」을 말해준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오른손잡이들은 운동할 때나 싸움할 때 주로 같은 오른손잡이와 싸우는데 익숙해 있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왼손잡이와 대적하면 칼이나 창 주먹이 날아오는 방향에 익숙하지 않아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 한다는 것. 일부 통계에 따르면 오른손잡이보다 키가 작고 몸이 마르고 성기능이 떨어지고 수명이 짧기도 한 유전학적 열성으로 간주되는 왼손잡이. 나사못을 돌리는 방향, 냉장고 문, 문고리, 전화 수화기, 악수하는 관습 때문에 겪는 일상생활의 불편 그리고 왼손을 금기시하는 사회풍조로 진화 과정에서 그 수가 당연히 줄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오른손잡이와의 투쟁에서 늘 우세한 위치에 설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불편을 모두 감수했고 이들의 유전적 특성이 꾸준히 후세에 전해졌다는 게 레몽교수의 설명. 〈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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