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규수/어린이날 행사 지역별로 하자

  • 입력 1997년 5월 3일 09시 39분


어린이날이 황금연휴로 이어지자 자녀들이 조를 것을 생각하면 부모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예부터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의 요구는 너무 지나치다.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졸라대니 가계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또 요구 대로 들어주는게 과연 아이를 위해 바람직한지 갈등마저 겪게 마련이다. 어린이날의 취지가 뭔가. 이 땅의 모든 어린이가 소외당하지 않고 학대받지 않으며 사랑받고 존중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린이날이면 부모들은 아이들의 노예가 되고 만다. 부모의 정성과 노력을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어린이들. 도무지 감사할 줄 모르고 나아가 이웃과 비교해 부모의 무능을 탓하기까지 하는 자녀들. 이 땅의 부모라면 이런 일로 속상해본 경험은 다반사다. 하지만 이게 일시적이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모두가 고통받고 짜증나는 일이라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지혜를 모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자.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문화예술 축제마당을 마련하고 어른들도 함께 참여하는 방법은 어떨까. 지역별로 축제마당을 마련한다면 부모들은 가까운 곳에서 자녀와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시간적 경제적으로 혜택을 보지 않겠는가. 지역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가족이기주의나 불필요한 경쟁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니 의미도 크다 하겠다. 나아가 저소득층 자녀나 소외된 아동들도 차별없이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비록 1년에 한차례 뿐이라 할지라도 일회성 행사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어른과 어린이 모두 내년 행사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는가.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가 되도록 하는게 중요한 과제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1일부터 5일까지 전북 군산시에서 개최되고 있는 「97 군산아동극축제」는 좋은 사례다. 이런 대규모 어린이 문화예술 행사에 어린이와 부모들의 기대가 모이는건 당연하다. 다만 이런 행사에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어린이 축제마당에 값비싼 장난감을 진열하거나 비싼 입장료를 받아서는 안되겠다.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에 대한 부모들의 이해도 요구된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함께 참여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이 진정 자녀를 위한 현명한 일인지 함께 생각해 볼 때다. 김규수<원광대·유앙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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