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계 빚 8백23만원

  • 입력 1997년 5월 2일 20시 07분


작년의 우리나라 가구당 부채가 평균 8백23만원으로 한해 전보다 무려 35%나 늘었다는 대우경제연구소의 조사자료는 과소비 풍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스레 일깨워 준다. 가정 살림살이든 기업이든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하면 견뎌낼 재간이 없다. 빚을 얻어서까지 소비를 늘리는 이런 헤픈 씀씀이로는 경제난을 극복하기 어렵다. 총외채가 이미 1천억달러를 넘어섰고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판에 작년 한해 사치성소비재 수입액이 21억달러, 여행수지적자는 26억달러나 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얼마전 우리나라 총저축률이 95년 36.2%에서 작년 34.6%, 올해는 32.5%로 급격하게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저축이 투자에 못미쳐 부족한 재원을 외국 빚으로 충당하게 된다면 총외채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의 과소비와 가계부채 증가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금융기관들의 대출세일에서부터 일부 계층의 호화사치 분위기에 편승한 소비확산, 지나친 해외여행, 신용카드 보급 확산 등이 능력이상의 소비를 부추겼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환상에 너무 일찍 도취된 국민들의 의식도 한몫 했다. 여기에다 정부는 각종 세금감면 저축상품을 없애거나 혜택을 축소해 저축유인 장치를 줄이기에 바빴다. 나라경제는 가계 하나 하나가 모여 이뤄진다. 따라서 가계가 건전한 소비의식을 되찾아 근검절약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과소비에 앞장서는 일부 계층의 자제가 필요하다. 정부는 세금우대 금융상품의 개발 등 저축 분위기를 살리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부 정부부처나 민간기업에서 벌이고 있는 점심값 줄이기 및 회식비용 절감운동 등 작은 것부터 차근 차근 실천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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