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한국영화 5편 비수기 「눈치 개봉」

  • 입력 1997년 5월 2일 08시 20분


『영화 「불새」를 봤다. 6천원이 아까웠다. 「용병이반」을 봤다. 차라리 「불새」는 고전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쁘아종」을 봤다. 앞으로 웬만하면 극장을 찾지 않을 것 같다』 최근 한국영화를 본 「보통 관객들」의 심정이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올들어 한국영화는 흥행성적과 작품성 면에서 저조함을 면치 못했다. 일부에선 표절시비까지 불거져 팬들을 울적하게 만들었다. 화창한 5월에 한국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한다. 배경을 알고보면 조금 서글프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이미 모든 극장을 예약해버린 여름시즌을 피해 5월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 1, 2년의 기획 제작과정을 거쳐 공들인 작품들이다. 한국영화가 지나치게 가벼운 코믹 일변도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달리 다양한 실험을 담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마련돼 있다. ▼「비트」(3일 개봉)〓스무살 무렵 혼돈스럽고 폭풍우같은 청년들의 자화상을 담은 영화. 신세대 스타 정우성이 대본 편집 등 제작 전과정에 입회해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나에겐 꿈이 없었다』는 첫 대사도 정우성의 작품.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나 대입 경쟁의 낙오자 등 현실에 밀착하려 노력했다. 조명과 다양한 영상기법이 빼어나다. ▼「바리케이드」(10일)〓대기업이 「저예산영화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앞뒤 안맞는 기치를 내건 영화. 제작비 4억원. 국내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이 아프게 그려진다. 실제 불법체류자인 동남아인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그들의 사연에 한국인인 우리가 부끄러워진다. ▼「아버지」(10일 예정)〓김정현의 베스트셀러 원작. 가정의 달 5월에 중년 부부나 아버지와 딸 등 모처럼 가족들이 함께 볼만한 영화. 아마추어의 원작을 어떻게 설득력있게 풀어감으로써 눈물과 공감을 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웃음은 헤프고 감동은 적은 한국영화에 전환점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10일 예정)〓신인 구성주감독의 실험정신이 엿보이는 작품. 하일지 소설 원작이다. 별로 공들인것 같지 않은 영화. ▼「3인조」(24일)〓이경영 김민종 정선경의 트리오가 깜찍한 코미디. 가난때문에 악기를 전당포에 판 악사, 어머니의 얼굴도 모르는 자칭 협객, 수녀가 되려다 아이를 낳은 여자. 이들 3인조의 폭력을 통해 짜릿한 통쾌감을 주겠다고 한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말하긴 아직 이른지 모른다. 작품성을 얘기하면 관객이 외면하고 흥행이 잘된다 싶으면 『가볍다』 『상업적이다』라는 비판이 따르는 풍토에 대한 개탄도 나온다. 이문남는 장사를 찾아 떼로 몰렸다가 몇차례 적자를 보자 수입영화쪽으로 돌아선 대자본들에 대한 비난도 빗발친다. 심의 등 정책 문제도 갈길이 멀다. 그러나 파랑새는 항상 가까운데서 날아오른다. 우리것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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