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한 문학평론가의 역사읽기」/이동하 지음

  • 입력 1997년 4월 29일 09시 03분


국문학 교수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중인 저자의 역사 문학 비평서. 문학의 눈으로 역사를 들여다보기 보다는 역사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발언」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책의 주된 비판대상은 지식인들 사이에 퍼져 있는 갖가지 고정관념. 특히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좌파이론들과 프로이트주의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가혹하다. 저자는 아테네를 떠나지 않은 채 그 체제를 비판했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떠올리고, 그들처럼 서울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북의 체제를 찬양했던 사람들에게 의문을 던진다. 또 마르코폴로의 「동방 견문록」이 사실여부의 증명 없이 사람들의 「믿음」이 된 점을 빗대어 프로이트를 「오늘날의 마르코 폴로」로 간주한다. 프로이트의 학설 역시 제대로 검증된 바 없이 정설이 돼버렸기 때문. 저자의 눈에 비친 「역사」는 오늘날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현실과 중첩되어 있기에 뜻을 가진다. 「반면교사」로서의 의미가 짙은 역사이다. 저자는 이문열의 「선택」,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등 요즘 문학계의 쟁점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일부의 주장처럼 장정일과 박노해는 손잡고 (착취에 반대해) 「김우중」에 맞서는 동지인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박노해가 이상으로 삼은 세계에서는 장정일도 「철퇴를 맞을」 존재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언뜻 칼 포퍼의 논쟁을 연상시키는 이 책은 그러나 「열린 사회와 그 적들」과 같은 이론적 틀과 논거에서 해방돼 있다는 점에서 훨씬 자유롭고, 자유로운 만큼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동하 지음(문이당 7,000원) 〈유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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