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리 문제」,외국전문가 분석 맹신 곤란

  • 입력 1997년 4월 17일 20시 46분


▼현재 미국에는 1천개가 넘는 사설 비영리 두뇌집단(싱크 탱크)이 난립, 국가의 대내외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브루킹스연구소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헤리티지재단 후버연구소 진보정책연구소(PPI)등은 우리 귀에도 낯설지 않다.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전세 낸 사무실에서 몇명의 연구원이 들락거리다 곧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정책연구단체들은 191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지적 자원이 별로 없던 당시 정부는 유용한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 집단을 환영했다. 그러나 70∼80년대 두뇌집단이 유행처럼 번지고 그 기능이 변질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식과 권력을 잇는 미국 특유의 이 장치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이념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었다. 또 누가 운영자금을 대느냐에 따라 연구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엊그제 이념을 달리하는 미국의 두 대표적 두뇌집단 연구원들이 서울의 각각 다른 장소에서 남북통일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수적 두뇌집단 AEI의 니컬러스 애버슈타트는 「한반도의 점진적 통일론은 환상」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이 정치 경제적 딜레마로 안으로부터 폭발함으로써 클린턴행정부의 연착륙정책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진보주의를 표방하며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산실 역할을 하고 있는 PPI의 로버트 매닝은 연착륙 정책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우리 문제에 관한 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나 전망이 귀를 솔깃하게 할 때가 적지 않다. 치밀한 논리로 우리를 설복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 속사정이나 남북문제까지 밖의 의견에 너무 의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정치적 의도나 국가적 이해관계 말고도 그들이 우리를 온전한 이해 속에서 판단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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