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2대선자금 이젠 밝혀라

  • 입력 1997년 3월 25일 19시 59분


한보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92년 대통령선거자금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95년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 때 검찰이 다짐한대로 이 문제를 명쾌하게 밝히고 넘어갔더라면 지금같은 혼란의 와중에 불씨가 되살아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기왕에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제라도 검찰은 한보와의 연루 여부를 포함한 대선자금문제의 진상을 분명하게 가려 국민 앞에 공개하는 것이 옳다. 국민회의 林采正(임채정)의원은 그저께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후보가 민주계의 한 원로 집에서 한보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을 만나 대선자금 6백억원을 직접 건네받았다는 정보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임의원은 민주계 원로가 누구인지 또 이 정보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정부 출범 초기부터 원죄(原罪)처럼 따라다닌 대선자금 문제가 한보와 연결돼 상당히 구체성을 띠고 다시 제기됐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크다. 문제가 이렇게 커진 것은 물론 김대통령과 현정부, 좁게는 검찰의 책임이다. 세간에는 그동안 김대통령이 노전대통령으로부터 수천억원의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설과 한보 돈도 받아 선거비용으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분명한 해명은 없었다. 김대통령은 과거 정치인들이 검은돈을 받았던 관행을 현정부에서는 단호하게 추방하겠다는 원론적 얘기를 하거나 노전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만 해명해 왔다. 검찰은 95년 비자금사건 때 대선자금도 명백한 수사 대상이라며 성역없이 밝힐 것을 다짐했으나 어쩐 일인지 어물쩍 문제를 넘겨버렸다. 당시 여당대표도 『김대통령이 노씨 돈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말을 했으나 이 역시 덮여버렸다. 문제의 본질을 이처럼 피해 갔기 때문에 의혹은 그대로 잠복해 있다 이제 다시 한보와 연결고리를 지으면서 불거져 나왔다. 때문에 사안의 폭발력은 더욱 커졌고 더 이상 피해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임의원의 주장대로 한보 특혜대출 등이 대선자금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새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문제는 잉태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일 임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다른 한편 주권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대선자금 문제는 사실이건 아니건 차제에 확실하게 그 진위(眞僞)를 가려 공개해야만 한다. 마침 검찰은 한보수사팀을 새로 짜 모든 의혹을 성역없이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대선자금 문제도 물론 그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 아울러 김대통령도 이제는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국민 앞에 밝히는 용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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