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100일앞/현지 표정]『그날을 기다릴뿐』

  • 입력 1997년 3월 23일 19시 45분


홍콩의 중국반환은 지난 23일자로 1백일이 남았다. 자본주의체제에서 사회주의국가로 편입되는 세기적 사실을 앞두고 홍콩은 불안감과 별일 없을 것이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오는 7월1일 주권반환식을 앞두고 홍콩과 홍콩인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지, 또 주권반환식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홍콩〓정동우특파원] 지난 1월3일 홍콩의 구룡반도 훙홈지역에 있는 성공회 국민학교에서는 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아이 러브 차이나, 아이 러브 홍콩」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행사는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어린이와 중국어린이간 상호교류를 통해 우정과 이해의 폭을 넓혀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편지교환 행사였다. 이날 이 학교에는 중국 각지의 어린이들이 보내온 1천9백97통의 편지가 전달됐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도 이들 편지를 제대로 읽지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한자로 쓰인 편지인데도 정자체(正字體)한자를 쓰는 홍콩의 어린이들이 중국의 간자체(簡字體)한자를 읽지 못한 것. 이달 초에는 홍콩심리학회가 홍콩인들의 본토인 이민자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홍콩인들이 본토인들을 무식하고 무례하고 더럽고 침을 튀기며 본토의 각종 사회악을 전파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사례들은 홍콩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괴리감의 정도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이제 주권 반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홍콩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백55년동안 영국식민지였던 홍콩의 주권반환일이 지난 23일로 정확하게 1백일을 남겨두고 있다. 중고교 역사책에 기술된 「99년 조차」는 1898년 「2차북경조약」에 따른 것이다. 원래는 1842년 홍콩을 구히 할양한다」는 남경조약부터 영국령이 됐었다(일지참조). 「영국령 홍콩」에서 이제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로 변하게 될 홍콩에는 장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향항명천회경호(香港明天會更好·홍콩의 미래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라는 말로 대변되는 장밋빛 전망이 있는가 하면 사회주의 중국의 지배에 대한 인권과 자유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장밋빛 전망의 근거는 주권만 중국에 있다뿐 실제로는 홍콩특구에 의해 자치적인 민주주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중국이 앞으로 흡수하려는 마카오와 대만을 의식해서라도 홍콩이 지금보다 더욱 번영을 누릴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게 그 토대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다 홍콩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만큼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중국에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홍콩을 위축시킬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말 명보가 홍콩시민 1천68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래에 대한 정치적 믿음은 지난 89년의 천안문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경제적인 믿음도 지난 3년 가운데 최고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2월 전인대(全人大)상무위원회가 홍콩시민의 시위 집회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공안조례와 사단조례(社團條例)의 일부를 폐기한 이후 기본권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홍콩중문대 정치학과 翁松燃(옹송연)교수는 주권반환이후 집회 시위에 대한 자유뿐만아니라 정치와 사회 또는 통일문제에 대한 학문의 자유도 위축되거나 학자들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대다수의 시민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한마디로 차분함이다. 같은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가진 조국으로 되돌아가는데 대한 흥분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주의체제중국에대한두려움이 큰 것도 아니다. 『주권반환이다, 조국회귀다 해서 언론에서는 떠들썩하지만 우리 서민들의 생활이야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하나 희망이 있다면 주권반환 이후에 들어서게 될 특구정부가 물가를 좀더 잡아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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