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일본경제의 독버섯「총회꾼」

  • 입력 1997년 3월 12일 20시 10분


최근 일본 사회는 잇따라 터져나오는 대기업들의 비리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지난주 일본의 간판 증권사이자 세계일류 증권사로 자부해온 노무라(野村)증권에서 「총회꾼」과 짜고 증권거래법상 금지된 일임매매를 통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조미료 제조업체로 널리 알려진 아지노모토(味の素)사 역시 주주총회를 원만하게 치른다는 명목으로 수년간 총회꾼들에게 계속 돈을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사회의 대체적인 반응은 「일본경제의 화려함 속에 숨겨진 그늘이 이토록 깊은가」라는 허탈감과 분노로 요약된다. 특히 노무라증권의 경우 금융기관으로서의 공신력에 치명상을 입어 여론의 호된 비판은 물론 경영측면의 악영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도덕한 금융기관과의 거래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본은 물론 해외 기관투자가도 자산운용 위탁을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일본 금융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도 커져가는 추세다. 기업의 불법적인 행위가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굳이 노무라 증권의 예를 들 필요도 없다. 바로 해외에 나와 있는 국내 상사원이나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 진출해 있는 은행들은 한보사태로 한국 금융구조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현지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건이 사실상 마무리된 현재도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평소보다 높은 금리를 지불하지 않으면 돈을 빌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보의 유통이 「리얼타임」으로 이루어지면서 기업의 스캔들이 외국에 알려져 바로 「부메랑」처럼 피해가 되돌아오는 사례는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스캔들과 그 후유증을 지켜보면서 「투명한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국제화」 「정보화」된 사회일수록 기업경영은 정도(正道)를 걸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권순활<동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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