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뺑소니]日선 열흘이면 잡힌다

  • 입력 1997년 3월 8일 08시 51분


[동경〓윤성훈기자] 지난해 11월 11일 자정경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가스가베(春日部)시의 한 외곽도로 뺑소니 사망사고 현장. 가스가베시 경찰본부 교통지도과 뺑소니 사고 감식반원들이 피해자인 40대 여성이 타고 가던 자전거가 처참히 나뒹굴고 있는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10여명의 감식반원들은 곧바로 사고지점을 축으로 해 일(一)자형으로 도로에 늘어섰다. 이들은 2시간여 동안 쪼그려 앉은 채 구석구석에 전조등을 비추며 뺑소니차량의 헤드라이트 조각 등 증거품 수집작업을 벌였다. 일부는 공기청소기와 비슷한 장치를 이용, 사고현장 주변 도로 위에 괸 빗물을 수거했다. 경찰은 다음날 사고현장 길가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커다란 입간판을 세웠다. 이어 동네를 뒤져 목격자 탐문수사에 들어갔고 자동차 정비소를 훑었다. 결국 사건 발생 일주일만에 범인은 잡혔다. 범인검거의 결정적 단서는 현장의 빗물을 체로 걸러 수거한 3㎜ 크기의 플라스틱 헤드라이트 한 조각이었다. 경찰은 이 조각을 면밀하게 조사해 도주차량의 종류를 확인했고 이어 목격자의 신고를 받아 범인을 찾아냈다. 일본에는 「뺑소니 사고」는 있지만 놀랍게도 「뺑소니 미제사고」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일본경찰의 뺑소니 사고 수사는 완벽에 가깝다. 지난 90년에서 95년까지 연평균 뺑소니 사고 범인검거율은 90%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 지난 90년의 경우 4백45건이 발생, 4백7건이 해결됐으며(검거율 91.5%) 95년에는 3백87건중 3백63건이 해결됐다(93.8%). 일본경찰은 뺑소니사고범을 가장 악질적인 파렴치범으로 보고 어느 강력사건보다 범인검거에 힘을 기울인다. 이런 강력한 수사의지에 △전문적인 수사인력 투입 △과학적인 수사 △시민들의 높은 신고정신 등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면서 오늘날의 명성을 얻게 됐다. 지난 95년 10월 시가(滋賀)현 경찰의 뺑소니사고범 검거는 불독처럼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 일본경찰의 끈질긴 면모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 술을 마신 뺑소니운전자는 오토바이운전자를 치어 숨지게한 뒤 달아났다. 그는 사고로 파손된 자동차 부위를 숨기기 위해 부근 고속도로에서 위장사고를 연출한 뒤 평소 잘 알고지내는 차량정비업자를 통해 아예 차량을 완전 해체했다. 그러나 그도 경찰의 끈질긴 수사망에 걸려 사고발생 88일만에 검거됐다. 도쿄(東京)의 뺑소니 사고를 전담수사하는 경시청 교통감식계의 사고수사기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교통감식계 직원 18명은 모두 뺑소니 사고 수사에만 10년 넘게 매달려온 베테랑들이다. 뺑소니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가까운 관할서 경찰이 먼저 현장에 도착, 사고현장을 보존하고 곧바로 이들 감식요원들이 투입돼 현장 감식에 들어간다. 이들은 언제라도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야근체제가 철저하다. 감식반원들은 4일에 한번씩 밤을 새운다. 감식요원들은 1단계로 현장 주변을 면밀히 수색, 스키드마크나 도색조각 및 플라스틱조각 등 유류품을 수거함으로써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이어 2단계로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교통사고 유형과 증거물 및 모든 종류의 타이어, 헤드라이트, 도색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일종의 「매뉴얼」을 참고로 1차적인 수사방향을 잡는다. 3단계는 적외선 사진촬영 및 도색조각 분석 등의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동원하고 목격자의 협조를 받아 뺑소니 차량의 종류 및 범행차량을 찾아내는 일이다. 도쿄경시청은 이같은 수사방식으로 사고의 40%는 5일 이내에 해결하고 있다. 범인검거에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일 정도. 도쿄경시청 교통부 교통수사과 이쓰미(逸見和彦)교통감식계장은 『뺑소니범은 반드시 잡는다는 신념으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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