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이없는 개학식 계단참사

  • 입력 1997년 3월 4일 19시 39분


초등학교 개학 첫날 어린이들이 학교 계단에서 넘어져 1명이 죽고 1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변을 당한 어린이들이 겨우 2,3학년에 진급하는 10세 이하의 저학년들이라는 점에서 사고 소식에 접하는 마음은 무겁다.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오랫동안 떨어졌던 친구들과 새 담임선생님을 만날 꿈에 부풀어 활기차게 대문을 뛰어나갔을 어린 자식들의 사고 앞에 선 부모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어느 것 하나 안심할 만한 것이 없지만 특히 어린이들의 안전에 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은 지나치다 못해 참혹할 정도다. 교통사고건 놀이터 참사건 어린이들을 너나 없이 모두 내 자식 돌보듯 한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너무 많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어린이안전 불감증은 날이 갈수록 더해 가는 느낌이다. 이웃에 눈 돌리고 살기에는 세태가 너무 각박해진 탓인가. 이번 참사는 특히 학교 안에서 교사들이 방심한 틈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사고가 난 좁고 가파른 콘크리트계단은 나무복도와 연결돼 있는 데다가 나무복도에는 미끄러운 왁스가 칠해져 있어서 평소 사고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돼 왔다고 한다. 또 사고가 일어난 시각에는 교사들이 교무회의에 참석 중이어서 시간 맞춰 조회에 참석하려고 한꺼번에 계단을 밀려 내려오는 학생들의 안전을 지도하는 교사가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불행한 일이지만 사고는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어린이들은 생각이 단순하고 상황판단이 민첩하지 못한 데다 체력이 약해서 돌발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다. 따라서 어른들은 평소 어린이들에게 끊임없이 안전을 가르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늘 시설을 점검하는 등 어린이 주변을 주의깊게 살피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이번 참사는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실천해야 할 초등학교 교사들이 이를 소홀히 한 틈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먼저 학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개학 초에는 학생들이 들뜨게 마련이다. 교사들도 방학동안 해이해진 타성을 채 다잡기 전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학교 안이건 밖이건 어린이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상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이유로 이번 사고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정치문제로 사회 기강이 크게 흐트러진 때다. 다른 곳도 아닌 학교 안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죽고 다친 아이들이 바로 우리의 자식들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른들 모두 어린이 주변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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