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석한/WTO를 활용하자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3분


올 1월1일로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지 2년이 됐다. WTO는 각종 신(新)통상의제 분야에서 회원국들의 다양한 입장차이를 조정하는 토론장 역할을 하며 종전엔 없었던 「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는 지난 2년간 회원국들로부터 무역분쟁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이 50여건이나 쇄도해 호응이 높았다. 위원회는 항고절차까지 마련해 결론을 내기까지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게 돼있어 분쟁 당사국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런 시스템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아직 그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일례로 우리는 WTO 출범이후 회원국들로부터 4건의 제소를 당해 미국(7건) 일본(6건)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제소를 당했다.그러나 다른 나라를 제소한 사례는 1건도 없다. 이에 비해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의 공동제소를 포함해 총16건을 제소, WTO 분쟁해결 절차를 가장 많이 이용했으며 캐나다가 7건, 유럽연합(EU)은 6건을 제소했다. 선진국들은 분쟁해결절차를 적극 활용한 반면 우리는 소극적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무역분쟁이 없다면 되도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회원국중 세번째로 많은 제소를 당할 정도로 무역분쟁에 휘말리고 있으면서도 단 1건의 논쟁거리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은 WTO 회원국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이익중 하나를 잃은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선진국, 특히 미국과의 쌍무협상에서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무역분쟁에서 야기될 다양한 충돌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그런 이익 말이다. 이익을 누린 단적인 사례는 코스타리카의 경우다.최근 미국은 코스타리카산 면화와 섬유수출이 미국시장에 피해를 주었다며 수입제한을 했었다. 코스타리카는 미국의 조치가 섬유수입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금지하는 세계무역규정에 위반된다면서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결론은 코스타리카의 승소. 만약 코스타리카가 WTO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미국과 쌍무협상을 벌였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결과다. 협상에서 누가 주도권을 가질지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이 문제를 둘이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WTO에 가져감으로써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단기적 성과말고도 향후 미국이 코스타리카에 각종 보호무역조치를 취할 때 좀 더 신중을 기하게 했다는 장기적 관점에서도 이 제소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소를 당해 패한 경험이 있는 나라들은 아무래도 행동에 제약이 가해질 수밖에 없고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도 분쟁시스템을 통해 다른 나라의 보호무역조치 가능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예를들어 미국이 우리에게 반덤핑법을 남용하는 것을 주저하게 할 수 있다. 분쟁조정기구말고도 WTO내에는 다양한 무역정책이슈를 다루는 위원회가 많이 있다. 자기나라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여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김석한<변호사·미 에이킨 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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