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대형차량]과적-난폭운전 『마주치면 겁나』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2분


[특별취재팀〓박중현기자] 2년전 경기 안양으로 이사한 뒤 서울 종로의 직장까지 매일 자가용을 몰고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성민씨(41). 하루에 두번씩 왕복 4차로의 경수산업도로를 타고 운전하면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세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화물차나 덤프트럭 등 대형차가 뒤에서 경적을 울리면 무조건 차선을 열어준다. 둘째, 대형차가 앞서 달릴 때는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경적을 울리는 등으로 도발하거나 추월하지 않는다. 셋째, 대형차가 앞에 가거나 옆을 지날 때는 최대한 멀찌감치 떨어져 운전한다. 덤프트럭에 길을 비켜달라고 경적을 울렸다가 1, 2차선을 오가며 20분이상 훼방을 놓는 바람에 고생했던 일, 자갈을 실은 트럭의 뒤에 바짝 붙었다가 떨어진 자갈에 앞유리가 깨졌지만 흙으로 범벅된 번호판은 알아볼 수도 없어 보상조차 받지 못했던 경험 등이 이같은 원칙을 만들었다. 김씨는 『젊은 트럭운전사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겁부터 덜컥 나고 조심해 다녀오라며 출근길에 뽀뽀해주던 딸아이가 떠올라 감히 범접할 엄두를 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덤프트럭 트레일러 버스 등 대형차량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공포심 그 자체다. 도로교통안전협회 교통과학연구원이 95년말 6대도시 1천2백명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분석한 「교통질서 및 안전에 관한 운전자 의식조사」는 이를 확인해준다. 운전자들은 교통안전 분위기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덤프트럭(37.7%)을 제일 많이 꼽았다(오토바이제외). 버스와 대형화물차도 각각 21.2%, 21.1%를 기록해 「덩치 큰」 차량에 대해 운전자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은 지난해 1월부터 신규차량에는 덤프트럭 시속 80㎞, 고속버스 1백㎞의 속도제한기를 기본장착하고 기존차량도 올 연말까지는 속도제한기를 달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화물자동차 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정희윤 업무부장은 『화물차량의 90%이상이 사실상 개인소유인 지입제 차량이며 개인차주들은 수입을 높이기 위해 속도제한기 부착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속도제한기가 설치돼 출고된 일부 차량들도 빨리 달리기 위해 이를 아예 작동하지 않도록 변조한 사례가 벌써부터 보고되고 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이경필계장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경찰이 짧은 시간 훑어보는 것 만으로 속도제한기 불법변조 등을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승용차의 제한속도에 맞춰 놓은 국도상의 무인카메라 단속도 제한속도가 낮고 번호판을 식별하기 힘든 대형차량에 대해서는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과속이나 난폭운전만이 문제가 아니다. 교통전문가들이 말하는 대형차량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지적됐던 대형차량의 과적문제도 경찰의 형식적인 단속 등으로 해결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과적차량은 운전조작을 어렵게 해 사고가능성을 높이며 화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뒤따르던 차량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녹색교통운동 林三鎭(임삼진)사무처장은 『현재 차량의 불법변조 등은 과징금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처럼 화물차나 덤프트럭의 운행과 관련한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경찰, 해당 시군구의 공무원 등이 차고지를 방문해 정기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한 일반 소형차량에 대한 대형차량의 위협은 방지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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