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피부색 달라도 모두 사랑해요』

  • 입력 1997년 2월 16일 19시 53분


[쾰른·싱가포르〓김세원 기자] 서울인터내셔널스쿨 초등부 3학년인 김도형어린이(10)는 TV에서 마르다 못해 피골이 상접한 아프리카 난민수용소의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4년전 미국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의 캐라밸리 몬테소리스쿨에 다닐 때 알게 된 소말리아 친구의 소식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캐라밸리 스쿨에서는 3개월에 한 번 있는 학부모상담일에 굶주리고 있는 외국친구를 돕기 위해 바자를 연다. 파는 사람은 학생이고 학부모와 교사들이 손님이다. 초등학생들은 흰 종이로 만든 요리사모자를 쓰고 요리시간에 자신들이 직접 만든 과자를 판다. 유치원생들이 파는 물건은 주로 갖고 놀던 장난감과 동화책, 작아서 못 입게 된 외투나 장갑 등이다. 수익금은 모두 케어(CARE)라는 국제자선단체에 보낸다. 그러나 돈을 보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도형이네 반 아이들은 두 달후 소말리아 난민수용소에서 엄마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는 같은 또래 어린이로부터 감사편지와 사진을 받았다. 도형이네 반 어린이들도 다시 자신들의 사진과 답장을 보냈다. 앞으로도 한달에 한번씩 한 사람이 1달러씩 모아 보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독일 쾰른시에 있는 쾰른대부설 유치원은 매년 10월 첫째주에 「인터내셔널 데이」행사를 갖는다. 추수감사절행사인 「옥토버페스트」의 주요 프로그램중의 하나다. 평소 말이 서툴고 친구들이 적어 의기소침하던 외국어린이들도 이날 만큼은 신이 난다. 외국인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에서 전통음식도 만들고 미리 준비해온 민예품으로 벼룩시장을 연다. 이 유치원도 여기서 모은 돈은 국제구호단체에 보낸다. 『안녕, 친구들.우리는 북극에서 멀지 않은 캐나다의 캠브리지베이마을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요. 우리 마을은 인구가 1천2백명밖에 안되고 바깥 기온은 평균 영하 51도예요. 정말 춥죠』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 있는 캐나디언 인터내셔널스쿨 유치부의 게시판에 붙어 있던 편지다. 이 편지는 캐나다 출신 리사 멀론 교사(29)의 소개로 펜팔편지를 보낸 데 대한 답장이다. 연평균 기온이 27, 28도로 언제나 여름인 싱가포르의 어린이들에게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캠브리지베이마을은 「신기한 나라」일 수밖에 없다. 어린이들은 지도에서 지구 반대쪽에 있는 캠브리지베이마을의 위치를 확인하며 「살아있는 지리공부」를 하는 셈이다. 이 학교 어린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도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10월24일을 전후해 열리는 「유엔주간」이다. 어린이들은 일주일 동안 일일이 여러나라를 돌아다니지 않고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풍속을 체험할 수 있다. 행사기간중 각국에서 온 어린이들은 모두 전통의상 차림으로 등교한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세계음식바자도 연다. 유치부에 다니는 김아라 어린이(5)는 엄마가 만들어 준 불고기 잡채 김밥 등이 다른 여러나라 음식중에서도 특히 인기를 끌었다고 자랑했다. 교실은 모두 각 나라 대사관이나 문화관으로 바뀐다. 교실밖에 그 나라 국기를 게양하고 선생님들은 어린이여권을 만들어 이 교실에서 저 교실로 갈 때마다 각국을 상징하는 그림이 새겨진 스탬프를 찍어준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주택가에 있는 사허스유아원. 노랑 갈색 검정 등 머리색깔이 다른 10여명의 어린이들이 선생님으로부터 여러민족의 설에서 유래한 싱가포르 국경일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인도출신의 쿠르시드 카와르 교사(39)는 『출신국가와 생활습관이 다른 같은 반 친구와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도록 가르치는 것이 싱가포르의 국제화교육의 첫걸음』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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