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김성곤교수「문학과 영화」,원작-영화관계 분석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김차수 기자] 영상시대가 열린 이래 고전문학작품뿐 아니라 현대소설이 끊임없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청춘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로미오와 줄리엣」은 1936년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데 이어 96년판까지 무려 여섯번이나 영화화됐다. 서울대 김성곤교수(영문학)는 문학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유와 어떤 작품이 영화화에 성공했는지 등을 꼼꼼히 분석한 영화비평서 「문학과 영화」를 다음주 민음사에서 출간한다. 지난해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문학과 영화」시리즈를 바탕으로 이론적 배경 등을 추가한 이 책은 문학작품과 영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깊이있게 탐색했다는 점에서 영상시대의 문학론이라 할만하다. 특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원작 이문열, 감독 박종원) 「바보들의 행진」(원작 최인호, 감독 하길종) 등 한국영화를 비롯해 「왕자와 거지」(원작 마크 트웨인, 감독 리처드 플라이셔) 「레 미제라블」(원작 빅토르 위고, 감독 장 폴 르 샤노아) 「양철북」(원작 귄터 그라스, 감독 폴커 쉴뢴도르프) 등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의 영화와 문학작품 1백45편에 대한 작품론은 영화를 보는 안목을 높여준다. 김교수는 원작의 줄거리와 문학작품으로서의 특성을 먼저 설명한뒤 이를 영화화한 작품에 대한 평과 함께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예를 들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무기여 잘있거라」는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모는 정치가들의 감언이설을 통렬히 비판한 반전(反戰)소설이지만 프랭크 보르자즈감독과 찰스 비더감독이 32년과 57년에 만든 영화는 원작의 작품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게 김교수의 평이다. 영화에서는 원작과는 달리 두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는 바람에 전쟁장면이나 다른 등장인물들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루어져 소설의 주제를 부각시키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교수는 원작보다 영화의 작품성이 뛰어난 대표적 작품으로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소설 「미국의 비극」을 영화화한 조지 스티븐스감독의 「젊은이의 양지」를 꼽았다. 이 영화는 직선적이고 거친 문체의 원작보다 훨씬 감미롭고 세련된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것. 김교수는 문학작품의 영화화를 촉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TV를 보고 자란 영상세대의 증가를 꼽았다. 그는 『영상세대가 늘어나면서 영화는 단순한 오락차원을 넘어서 사물인식과 사고방식의 매개체이자 인간교감의 텍스트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그러나 영화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활자매체와는 달리 직접 이미지를 보여주는 영상매체는 상상력을 퇴화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영상세대들은 올바른 영화비평서를 통해 상상력과 사고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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