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진제철 실상 공개해야

  • 입력 1997년 2월 5일 20시 13분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의 위탁경영인이 전격교체된 이유가 석연치 않다. 교체이유가 불투명한 가운데 통상산업부와 포항제철이 당진제철소의 실사(實査)에 들어갔다. 이 실사 결과가 어느 정도 신뢰를 받을 것인지 의문이다. 위탁경영인으로 내정되었던 포항제철의 朴得杓(박득표)전사장과 李大公(이대공)전부사장을 포철의 내부임직원으로 교체한 것은 얼마전 일시 귀국한 朴泰俊(박태준)전포철회장의 언행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박씨가 한보철강의 투자승인이 잘못되었으며 이를 승인한 통산부와 金滿堤(김만제)철강협회장의 책임을 거론한데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금융부정과 부실투자로 인해 우리 경제는 지금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 이런 마당에 박씨가 정부를 비판했다고 해서 이미 내정된 위탁경영인마저 그의 사람이라고 교체한 것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일이다. 그렇다면 새 위탁경영팀이 제대로 실사를 할 것인지 의문이다. 당진제철소의 위탁경영을 실질적으로 포철이 맡음으로써 철강수출에 대한 국제적 통상마찰 가능성이 우려된다. 통산부는 포철이 한보철강을 위탁경영할 경우 미국 등이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포철이 만드는 것으로 간주, 상계(相計)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국제적 분쟁의 가능성에 대해 포철의 위탁경영을 실질적으로 결정한 정부는 말이 없다. 당진제철소 건설에 따른 코렉스방식 등 이른바 신설비의 안정성과 효율성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박전포철회장은 경제적인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설비의 도입을 허가한 것은 정부와 철강협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반면 김포철회장은 코렉스방식에 기술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쪽 주장이 옳은 것인지도 공정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일단 완공키로 한 당진제철소 2기공사에 추가로 소요되는 자금과 기간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는 1조원을 추가로 지원하면 연내에 완공할 수 있다고 했고 철강전문가들은 2조원 이상이 필요하며 정상조업여부를 판단하는데도 2년이상이 걸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쪽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우나 당진제철소가 완공되더라도 그 장래는 매우 모험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당진제철소가 준공되어 제품을 생산하면 그 제품의 국내외 시장은 있을 것인가. 당진제철소 실사에 착수한 통산부와 포철은 실제로 투입된 자금은 얼마인지, 신설비의 기술적 타당성은 있는지, 생산제품의 해외시장 확보는 가능한지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후 그결과를 국민에게 알리고 추가지원에 나서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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