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떡값」타령속 설 체임업체 속출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떡값」에 두가지 뜻이 올라 있다. 설이나 추석때 회사 등에서 직원들에게 주는 특별수당, 공사입찰에서 담합하여 낙찰된 업자가 다른 업자에게 나눠주는 담합이익금을 속되게 이른 말이라는 풀이다. 「뇌물을 이르는 속어」라는 뜻이 첨가돼 있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어떤 사람은 떡값으로 21억원이나 받은 적도 있으니 국어사전 뜻풀이도 바뀌어야 할 판이다 ▼한보의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을 수사중인 검찰이 정총회장으로부터 상당수 여야의원들에게 선거와 명절 때 떡값으로 1천만∼5천만원씩 주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한다. 정총회장이 정신병자가 아닌 다음에야 떡 사먹기에는 너무나 액수가 큰 그 많은 돈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선심 쓰듯 뿌렸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민족의 명절인 설이 돌아와도 도무지 설같지 않은 서민들로선 듣기만 해도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도지사가 「업무추진비」 수천만원을 들여 정관계인사 등 3천여명에게 줄 설 선물을 준비했다는 보도도 서민들을 심란하게 만든다. 업무추진비라는 것이 어디 자기 호주머니 돈인가. 설사 호주머니 돈이라 해도 불황 파업 한보사태로 마음까지 얼어붙은 시점에 3천명에게 선물이라니 그 뱃심을 알 길이 없다. 설을 앞둔 지금 체불임금이 1천1백80억원에 달해 4백4개업체 5만8천여명의 근로자가 설 명절을 서럽게 보내야 할 때라지 않은가 ▼「어머님, 올 설에는 고향에 못갑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한보 협력업체 사원의 굳은 표정을 잡은 사진 한장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요즘이다. 백화점도 재래시장도 썰렁한 설 경기때문에 한숨이라고 한다. 그래도 2천3백여만명이 이번 설에 고향을 찾는다고 한다. 「떡값」이 없어도, 손에 든 선물꾸러미가 가벼워도 명절에 고향을 찾겠다는 그 마음씨가 갸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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