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총장의 헌법訴願

  • 입력 1997년 1월 22일 20시 51분


검찰총장 등 간부들이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 통과시킨 검찰청법의 위헌여부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것은 아무래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법 집행의 최상급기관인 검찰이 총장퇴임후의 거취와 정당활동을 일정기간 제한한 법이 합헌인가 여부를 꼭 법에다 호소해야만 하는지 당혹스럽다. 이 문제는 金起秀(김기수)현총장 스스로의 퇴임후 거취와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까지 넘겨가며 여야가 합의처리한 제도개선관계법 일부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검찰총장의 퇴임후 2년간 공직취임 및 당적보유 금지」 「경찰청장의 퇴임후 2년간 당적취득 금지」조항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 기본권인 정당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과는 어긋나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여당은 제도개선 특위활동 내내 그같은 조항을 법에 명시하는데 반대해 왔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고 특위에서 배제된 민주당은 당론으로 반대했었다. 그럼에도 국회는 거의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본권 침해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처리한 것은 검찰의 중립화 없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원칙에 여야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없이 치러온 선거 때마다 검찰의 여당 편향 자세가 문제됐고 국민의혹이 컸던 만큼 이를 해소키 위해 다소 불합리하더라도 검찰총장의 퇴임후 공직취임 제한규정을 명문화한 것으로 국민들은 이해했다. 이런 사정을 검찰도 모를 리 없다. 또 큰 틀의 제도개선안을 확정짓기 위해서는 일부의 희생도 불가피했다. 이런 판국에 그 규정을 한번도 시행해 보지 않고 헌법소원부터 내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헌법소원이 여권(與圈)내부의 의견조정을 거쳐 나온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여야 합의에 의한 제도개선안은 처음부터 거짓된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내부조정 없이 검찰의 판단만으로 소원을 냈다고 해도 문제다. 새 검찰청법은 그야말로 국회에서 합법적 절차를 거쳐 개정됐다. 여당총재인 대통령의 사전 사후 승인도 받은 것이다. 법 논리보다 정치적 절충에 치중했다는 비판은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으로서 헌법 소원으로 문제를 끌고 가는 게 잘한 일은 아니다. 검찰이 낸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국회와 정부의 체면은 어찌 되며 입법부와 검찰의 다툼을 사법적 심판에 맡기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또 어떠하겠는가. 그러나 일단 검찰이 헌법소원을 냈으니 헌법재판소로서는 가급적 빨리 판단을 내려주는 것이 옳다. 그 이전에 검찰 스스로 헌법소원을 취하한다면 더욱 다행이다. 새 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헌법소원제기로 충분히 알려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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