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광장/귀순자 체험기]유니폼에 갇힌 북한 청소년

입력 1997-01-12 19:44수정 2009-09-2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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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근교의 산을 찾았다. 언제라도 좋은 산이지만 그날은 산뜻한 제복의 중학생 5,6명이 쓰레기며 빈병을 치우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더욱 좋았다. 자원봉사도 하고 야영훈련도 하는 「누리단」이라고 했다. 북한의 직업외교관으로 외국경험을 했고 한국에 망명한지도 6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까지 쉽게 극복되지 않는게 있다. 유니폼(제복)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다. 북한은 「제복사회」라고 부를 만하다. 유치원이나 인민학교(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제복생활이 거의 일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오는 17일은 제복사회 북한을 대표하는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창건 51주년이다. 사로청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으며 「김일성 사회주의청년동맹」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일성의 홍위병이요 북한노동당의 후비대였던 이 조직을 이제 김정일은 자신의 별동대로 키워가려 할 것이다. 고등중학교 시절 우리는 가장 충성스런 사로청원이 되기 위해 경쟁했다. 북한에서는 인민학교 2학년(만8세)때 「붉은 소년단」에 입단, 고등중학교 3학년(만13세)부터 4학년 사이에 사로청원이 된다. 사로청원 가운데 가정성분이 좋고 활동이 탁월한 사람은 30세 이전에 노동당원이 될 수 있다. 기본혁명성분에 들지 못해 노동당원이 되지 못하면 노동자와 사무원은 31세부터 「직업총동맹」, 농민들은 「농근맹원」이 돼 죽을 때까지 조직생활을 떠나지 못한다. 사로청에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려고 얼마나 지독히 경쟁했던가. 청소도, 김일성장군 학습도 남보다 더 잘하려고 기를 썼던 기억이 선명하다. 사로청원이 돼 한없이 기뻤던 순간도 생각난다. 남보다 사로청에 먼저 들어간다고 해서 그만큼 빨리 노동당원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아등바등했을까. 남보다 빨리 노동당원이 돼야 출세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는 세뇌교육이 얼마나 무서웠던 것인가를 절감한다. 남한의 청소년들은 풋풋함과 생동감, 자유로움이 철철 넘친다. 제복을 입은 무슨무슨 단원들조차 북한 학생들과는 판이하다. 그러나 때로 남한 청소년들이 너무 방종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일까. 지난 몇년간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청소년들을 봤던 내 시각도 요즘 좀 변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와 탈선에 관한 보도가 많아질수록 『우리도 대만처럼 청소년 통금시간제를 시행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을 이 북한 촌사람은 하게 된다. 高 英 煥 △44세 △평양외국어대 졸 △북한외교부 자이르 콩고대사관 근무 △91년 망명 △북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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