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존경과 사랑의 함수

  • 입력 1997년 1월 8일 20시 18분


새해를 맞아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각종 단체나 기관들도 저마다 경쟁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힘차게 출발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매년 비슷한 계획과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실천한 결과 경제를 포함한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가 놀랄 만한 큰 업적을 남겼다. 그 결과 한국인을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 낙천적인 이탈리아인 ▼ 존경은 받아도 사랑받지 못하거나 사랑은 받아도 존경받지 못하는 개인이나 국민이 있다. 유럽인들은 독일인을 존경은 하지만 좋아하거나 사랑하지는 않고, 이탈리아인을 좋아하고 사랑은 하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한다. 독일인은 경제를 비롯해 과학 기술 학문 음악 등의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고 질서의식 근면 검약 등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기 때문에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따지기 좋아하고 사교성도 없는데다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으려는 성격 때문에 사랑은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탈리아인은 어울리기 좋아하고 낙천적일 뿐더러 재치있고 명랑하며 어려운 이웃과 따뜻하게 정을 나눌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있고 가족적이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일부 예술분야를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질서의식이 약한데다 사치스럽고 낭비를 많이 하기 때문에 존경은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우리보다 잘 살던 나라들이 우리에게 먹을 것, 입을 것, 혹은 일자리를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월드컵을 유치한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되는 등 한국인은 불과 30여년만에 20세기의 기적을 창출해냈다. 물론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우리에 대한 평가가 예전 같지는 않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가 이룩한 놀라운 업적에 찬사를 보내면서 우리를 존경하고 열심히 따라 배우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만일 경제발전과 국력신장만을 보고 우리를 존경한다면 이는 매우 불안하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신적 가치 추구보다는 외형적 물질적 가치 추구와 업적 달성에 몰두하는 동물적 인간 집단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존경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랑받는 것은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 물질적 가치 추구는 존경받을 수 있는 가시적 업적을 낳고 존경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이것이 반드시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새해엔 아량과 여유를 ▼ 오늘날 세계는 우리의 활동무대이자 생활터전으로 변했다. 외교무대에서 국익을 선양하고 치열한 국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외국손님 맞이나 외국여행도 하고 유학도 가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나라들에 물질적 도움도 주고 봉사와 사랑도 베풀어야 한다. 세계무대에서 진심으로 존경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국민이 되려면 아직도 실천해야 할 일이 많다. 경제를 살리고 안보태세를 확립하며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외형적 업적도 달성해야겠다. 이와 함께 질서의식을 높이고 정직하며 검소하고 절약하는 정신으로 사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사랑받는 국민이 되려면 친절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과 정을 나눌 줄 아는 품성을 지녀야 한다. 먼저 이웃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량과 여유를 지닌 사람만이 존경도 받고 사랑도 받을 수 있다. 금년은 우리 모두 이를 실천하는 해가 되도록 노력해 보자. 김 경 근<고려대교수·신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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