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국내에선]서울 도곡동 그림유치원

  • 입력 1996년 12월 31일 18시 15분


「李珍暎 기자」 서울 강남구 도곡2동 그림유치원 졸업생 중에는 「입이 짧은」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의 한스처럼 밥투정하면 굶기는 엄마가 있어서가 아니다. 일본 유치원처럼 정해진 시간내에 먹지 않으면 치워버리는 교사도 없다. 『아이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아요. 가려먹거나 음식을 남기는 것이 왜 좋지 않은지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주지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요』 金康彬(김강빈·44)원장은 어린이가 유치원에 들어와 나갈 때까지 2년동안 월별 계획을 세워 식사습관을 지도하고 있다. 그림 유치원의 식사습관 교육목표는 「가리지 않고 남김없이 예의를 갖춰 먹기」. 유치원에 들어오면 먼저 「영양나라 여행」이라는 비디오 테이프를 보며 영양소에 관한 공부를 한다. 의인화된 야채나 고기들이 나와 오이를 먹고 예뻐진 공주나 고기를 먹고 튼튼해진 왕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한가지 영양소만 섭취해 몸의 일부분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괴물들이 겁을 주기도 한다. 『날 먹어주지 않아 쓰레기통에 빠졌어』라며 우는 음식도 있다. 영양소에 대한 이해가 끝나면 요리실습을 한다. 매주 한번씩 돌아오는 요리시간에는 수제비 고구마튀김 송편 피자 등 온갖 요리를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먹는다. 때로는 강원도 농장에서 아이들이 직접 씨뿌리고 추수한 10여가지의 채소를 재료로 쓴다. 지난달에는 아이들이 농장에서 뽑아온 배추와 무로 김장을 담갔다. 김치를 안먹던 아이들도 1주일동안 김장이 익기를 기다렸다가 꺼내먹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치가 제일 맛있어요』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면 음식의 소중함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생쌀 한공기를 그릇에 담는 「쌀알줍기」 놀이를 한다. 지겨울 정도로 오랜 시간 쌀알을 주워담으면서 쌀 한톨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밥상차려 대접하기」놀이도 한다. 내가 차려준 음식을 다른 사람이 남김없이 먹어줬을 때 기분이 얼마나 좋은가를 느낌으로써 남이 차려준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렇게 2년을 보낸 뒤에는 반찬투정을 하는 아이들, 편식을 하는 아이들, 그리고 엄마가 먹여줘야만 먹던 아이들도 아무거나 남김없이 스스로 잘먹는 기특한 졸업생이 된다는 게 김원장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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